[백화종 칼럼] 검찰, 이번엔? 이번에도? 기사의 사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1995년 7월 검찰이 12·12 및 5·18과 관련하여 재야단체로부터 고소당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기소유예 및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리면서 내세운 논리다. 그러나 김영삼(YS) 당시 대통령이 두 사람의 처벌 의사를 밝히자 검찰은 노씨를 11월 중순에, 전씨를 12월 초에 구속해버렸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가 넉 달여 만에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로 뒤집힌 것이다. 우리 검찰이 정치권력에 얼마나 허약하고 줏대 없는가를 비판할 때마다 인구에 회자되는 사례다.

하루아침에 바뀌는 법 논리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한다는 것이 우리의 법 원칙으로 확립됐다. 그 직후, 전·노씨의 하나회 후배면서 당시 4성 장군이었던 한 인사는 기자에게 이제 우리나라에서 쿠데타는 끝났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기자는 성공한 쿠데타도 반드시 처벌받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가지고 있다. 전·노씨가 쿠데타에 성공한 뒤 집권하고 있던 동안에는 그렇다 쳐도 YS 정부가 들어서고도 상당 기간 그들에 대한 처벌은 재야와 야권 일각의 요구에 불과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논리도 당시 집권 세력의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1995년 전·노씨의 비자금 사태 등이 터지고 정치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해야 한다는 쪽으로 집권 세력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 측면이 강하다. 게다가 YS는 전·노씨와 오월(吳越)의 관계였고, 또 문민 대통령으로서 그들과 차별화할 정치적 필요성이 있었다. 결국 성공한 쿠데타가 처벌받는 경우는, 이처럼 살아있는 권력이었던 쿠데타의 주역들이 권력을 잃고, 새롭게 등장한 살아있는 권력이 쿠데타를 단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나 그런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가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로 바뀐 사실 자체를 탓하자는 게 아니다. 그건 백번 잘된 일이다. 다만 이처럼 살아있는 권력의 입맛에 따라 입장을 바꾸던 검찰이 본격적인 사정의 칼을 빼든 것으로 보이는 재벌들 수사를 놓고 시중에 소설들이 난무하여 검찰의 과거 행적이 생각난 것뿐이다.

먼저, 이번 수사가 현 정부의 임기 후반을 맞이하여 권력 누수현상을 막기 위한 긴장 조성용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화, 태광, C&그룹 등 유수한 재벌들에 대한 수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더 큰 재벌 2∼3개가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는 소문들이 이러한 추측의 재료로 쓰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1년 4개월 이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대검 중수부가 신장개업을 하는가 하면,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사정도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도 마찬가지다.

다음, 앞서의 긴장 조성용이라는 추측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이번 수사의 칼끝이 재벌들의 비리와 함께 거액의 비자금이 흘러간 곳, 즉 정·관계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도 거의 정설이다. 수사 대상의 대부분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이뤄진 비리일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결국 그때의 실세였던 지금의 야당 정치인들이 표적 아니겠느냐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특히 민주당이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화상 새로 그릴 계기로

사정과 사회기강 확립이야 때와 대상을 가려선 안 될 일이다. 정권의 임기 초든 말이든, 그 대상이 누구든 추상 같아야 한다. 문제는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의혹이나 비판을 더 이상 사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착수했거나 앞으로 벌일 대형 수사의 칼끝이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무뎌지거나 그것을 피해간다는 의심을 받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검찰은 15년 전 비록 타의에 의해서였지만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해야 한다는 헌정사적 결정을 내렸었다. 이번에는 타의가 아닌 자주적 결단으로 살아있는 권력 중에도 비리가 있다면 예외 없이, 아니 더 엄하게 단죄함으로써 새로운 검찰상을 확립했으면 좋겠다.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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