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식물 이야기] 다람쥐의 겨울 식량, 도토리 기사의 사진

고요한 숲에 도토리가 후드득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계절이다. 도토리를 맺는 나무를 흔히 도토리나무, 혹은 참나무라고 부른다. 그러나 식물분류학에는 참나무라는 나무가 없다. 참나무는 마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수리나무를 비롯해 깊은 산에서 자라는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등을 한꺼번에 부르는 이름이다. 생김새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참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은 모두 도토리를 맺는다.

참나무과 나무들은 우리가 소나무를 귀하게 여기는 까닭에 더 많은 피해를 보았다. 소나무는 베어내지 않고 지키는 대신 참나무과 나무를 땔감이나 목재로 쓰게 했기 때문이다. 이 나무들은 목재가 단단해서 가구나 마룻바닥을 까는 데에 요긴했을 뿐 아니라 열매인 도토리는 먹을거리로도 이용했다. 쓰임새가 많아서 오래 살기 힘든 나무다.

도토리를 좋아하기로는 사람뿐 아니라 숲 속의 귀염둥이 다람쥐도 마찬가지다. 겨울에 꼭 필요한 먹을거리이기 때문이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모아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곳에 잘 갈무리해 두고, 양식을 구하기 어려운 겨울에 비상식량으로 쓴다.

대개의 다람쥐는 봄이 올 때까지 도토리를 모두 소비하지 못하고 상당수 도토리를 남기게 된다. 다람쥐가 땅속에 남겨 둔 도토리는 봄볕이 따스해지면 서서히 뿌리를 내린다. 마치 사람이 정성껏 씨앗을 심어둔 것과 같은 효과다. 부지런한 다람쥐의 입맛을 이용한 번식 전략이다.

숲길의 도토리를 보면 특별한 용도가 없어도 주워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장난감으로 쓰기에도 좋을 만큼 귀여운 생김새 때문이다. 사람이 주워 가는 도토리가 많아지면 다람쥐의 먹을거리는 그만큼 줄어든다. 결국 다람쥐는 더 많은 도토리를 찾을 수 있는 숲 깊은 곳으로 숨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숲길을 산책할 때, 쪼르르 나타나 나그네의 눈길을 사로잡는 다람쥐를 다시 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아울러 다람쥐의 먹이가 되어 자손을 늘려가는 참나무과 나무들도 줄어들게 되고, 마침내 우리 숲은 황폐화하고 말 것이다.

도토리 채취는 국립공원의 단속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굳이 단속 때문이 아니라 해도 숲의 도토리는 다람쥐의 먹이로 남겨두어야 한다. 그것이 곧 사람과 자연이 오래도록 더불어 풍요롭게 살아가는 길이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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