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왜 그들의 발이 저릴까? 기사의 사진

태광그룹, C&그룹 등에 대한 검찰수사가 국민의 주시 속에 진행되고 있다. 잘못이 없는데 검찰이 아무나 찍어서 괴롭히기야 하겠는가. 검찰은 민주 법질서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는 대표적 엘리트집단이다. 심각한 범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한 끝에 시작한 수사라고 못 믿을 까닭이 없다. 언론보도로 보는 피의자들의 행태는 목불인견이다. 돈이 인격까지 담보해주는 것은 아님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분식회계, 편법상속, 불법로비…. 뭐나 있는 것 같은 표현이지만 일상어로 말하자면 사기, 도둑질 따위다. 돈이 정말 없어서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동정과 이해의 여지라도 있다. 부자들의 사기와 도둑질은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 없도록 추하다. 남을 속이는 수법이 간교하기 이를 데 없고, 도둑질하는 수단이 치사하기 짝이 없다.

부자들의 간교하고 추한 범죄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부자들과 ‘거의 언제나’ 동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신문지상에 표기되기로 ‘정·관계 인사’들이다. 대기업 비리 뒤에는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이들의 비호와 조력이 있다. 역대 정권마다 ‘부패척결’을 국정과제의 맨 윗자리에 올리지만 권세가들의 집요한 욕심을 근절하지는 못했다.

아마 이번에도 이들은 어김없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를 것이다. 이미 예고되고 있기도 하다. “척하면 삼척이고 퍽하면 울 너머 호박 떨어지는 소리지.” 선배 한 분이 유난히 즐겨 쓰던 말이다. 이번 경우가 영판 그렇다. 모르긴 몰라도 국민 대다수가 으레 그럴 것이라고 여길 법하다.

정치권 인사들도 이 같은 인식에는 다를 바 없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반사적으로 우려와 거부감을 드러낼 리가 없지 않겠는가. 겁이 나면 목소리부터 커지게 마련이라더니 정치인들도 켕기는 게 있는 듯하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항간의 우려대로 기업 사정이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과 야당 탄압에 이용되면 국민들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같은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부르짖고 있지만 사정사회가 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쪽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항간의 우려’는 누가 무엇을 우려한다는 것인지 짐작이 안 된다. ‘정치보복 야당탄압’이라고 미리 성격 규정을 하는 것을 보면 절대로 야당 정치인은 건드리지 말라는 엄포다. 범죄의 혐의가 있더라도? ‘사정’은 왜 안 된다는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당을 책임지고 있는 리더들의 입장은 이해가 되는데 정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검찰을 격려하기는커녕 압박부터 가하고 나서는 것은 아무래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 정당과 정치인이 대단하긴 하지만 갑남을녀 국민은 그보다 더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새롭게 깨달아줬으면 좋겠다.

정치인은 여전히 성역에 사나

여당인 한나라당의 김무성 원내대표조차도 “정치권 사정이니 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돼서는 안 된다”고 검찰을 윽박지르듯 말했다. 검찰을 염려해서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정치인을 법 밖의 사람들인 양 여기는 데는 한통속인 것 같아 듣기가 아주 거북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 슬로건이 ‘정치권 사정’의 명분이 될 것을 우려하는 빛이 정치인들의 언급에 역력히 묻어난다. 의심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공정한 사회’는 민주상식이다. 역대 정권도 표현이 달랐을 뿐 같은 공약을 내걸고 같은 말을 했다. 국가 경영을 책임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책무다. 전혀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이 구호가 정치권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정치인들이 도덕성에서 그만큼 취약하다는 뜻인가?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말해버리자. 많은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권한 분산, 분권형 대통령제를 말하고 있다. 대통령의 권력을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일정부분 나눠받아서 행사하고 싶다는 뜻이다. 대형비리사건이 불거지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그때마다 화들짝 놀라는 이들이 국가 통치권을 부분적으로라도 행사하게 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힌다.

이진곤 논설고문 (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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