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8대 596. 지난주 끝난 화제의 ‘슈퍼스타 K2’ 결승전 득표다. 1등 허각이 2등 존 박보다 392표가 많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39표 차이라면 모를까.

기자는 허각을 응원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그가 상금으로 가족들이 모여 살 수 있는 지상의 방 한 칸 마련하게 되기를 바랐다. 노래도 잘하고 외모까지 수려한 존 박은 2등을 해도 스타가 될 테지만 2등 허각은 상품가치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기자의 막귀에는 존 박의 R&B, 소울보다 허각의 록발라드가 더 잘 들어왔다.

그러나 예상 밖의 큰 표 차는 기자의 낭만적 생각을 유린했다. 심사위원 평점은 17점 차이. 그런데 인기투표라 할 대국민 문자투표를 합한 순간 점수 차는 10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존 박에 대한 ‘국민’의 집단학대?

지난여름부터 집집마다, 아줌마 모임마다, 교실에서, 직장에서 ‘슈스케’ 이야기로 꽃이 피었다. 아줌마는 존 박, 누나는 강승윤, 오빠는 장재인으로 갈렸다. 허각 지지세력은 뚜렷하지 않았다. 결승전에서 존 박은 아줌마 누나 여동생 등 전 여성층의 몰표를 받지 않았을까. 그런데 허각이 압도적으로 이겼다. 우승 후보로 꼽히던 장재인의 탈락에 실망한 오빠 표 일부가 허각에게 갔으리라고 짚어보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아저씨 세대가 의거(義擧)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의문은 풀어졌다. 허각에게 투표했다고 당당하게 말한 사람이 기자 주위에 2명이나 됐다.

“노래 잘하고, 공부 잘하고, 잘 생기고, 군대도 안 가고, 미국에 사는 존 박이 한국에 와서 2억원까지 차지한다면 공정한 사회라 할 수 있나.”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공정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저씨들의 집단 잠재의식이 거사를 일으킨 건 아닐까?

허각 우승으로 공정에 대한 갈증이 풀렸다면 좋은 일이다. 존 박에게도 나쁜 일이 아니다. 존 박의 가족들도 2등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더욱이 합숙기간 내내 허각은 한국 물정에 어두운 존 박을 동생처럼 보살폈다. 만약 존 박이 우승했다면 ‘제2의 타블로’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안티가 생길 조짐은 이미 나타났었다.

존 박은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할 거라고 한다. 아카펠라로 단련한 음악 역량과 매력적인 중저음은 한국의 다른 가수에게서 찾을 수 없는 재능이다. 그의 모국 회귀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것과 같다. 영어도 잘하고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인정받았으니 장차 월드 스타가 되어 한국을 빛낼 수도 있지 않은가. 존 박, 허각 포에버!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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