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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라이프] 매년 185억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템플스테이 사업과 KTX 울산역(통도사) 명칭 선정 문제를 취재하면서 생각했던 것이 있다. ‘만약 기독교였다면 어땠을까?’

만약 정부가 기도원과 수양관에서 진행되는 아버지학교나 내적치유세미나에 185억원을 투입했다면 불교계에서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예배(예불)를 드리고 기도(참선)를 하며, 십자가 만들기(염주 만들기)와 목사님과 상담(스님과의 대화)을 한 뒤 성경필사(사경)를 하는 공간에 국민의 세금을 투입했다면 말이다. 특히 서울 양천구 한복판에 국제기독교영성센터(국제 템플스테이센터)를 짓는데 국고 190억원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그 공격의 수위가 아찔하기만 하다(참고로 2002년부터 지원된 국가재정 821억원 중 600억원이 템플스테이를 위한 건물을 짓는 데 사용됐다).

KTX 서울역 명칭을 서울역(여의도순복음교회)으로 했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통도사는 울산이 아닌 경남 양산에 있다. 통도사는 울산역에서 11km나 떨어져 있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는 5km 거리다. 매년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공간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교회는 전 세계에서 수십만명의 크리스천이 찾아와 목회 노하우를 배우고 있는 세계적인 기독교 관광지이다.

이번 봉은사 땅밟기 사건도 뒤집어서 생각해본다. 만약 봉은사에서 가까운 사랑의교회에 불교 청년들이 들어와 땅을 밟으며 교회가 무너지라고 염불을 외우고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띄웠다면…. 교계에서도 엄청나게 분노했을 것이다. 교계 신문은 이 문제를 두고 거칠게 기사를 썼을 것이고 교회는 해당 단체에 정식으로 사과를 요구했을 것이다. 물론 국민일보도 이 문제를 다뤘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는 템플스테이나 KTX역 명칭문제에 소극적이었듯 이 문제를 그냥 사소한 해프닝 정도로만 생각하고 덮고 넘어갔을 것이다. TV방송과 일간지, 인터넷 언론 등은 ‘기독교가 소심하게 뭘 그런 걸 가지고 문제 삼나’며 간과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사건의 당사자가 기독교라면 뉴스가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적으로 “기독교는 개독교이고 독선적인 집단”이라는 냉소적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기독교가 ‘강자’이고 영향력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기서 심각하게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바로 ‘안티 기독교 프레임’이 굳게 자리 잡았다는 것과 이번 사건으로 그것이 한층 견고해졌다는 것이다. 누가 이걸 기획하고 이슈화 시킨 것일까. 한국교회 자신일 수도 있고 어쩌면 한국교회를 못마땅해 하는 ‘누군가’일수도 있겠다. 한국교회의 문제가 크다고 비판을 하지만 타 종교가 사건·사고 없이 깨끗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엄밀히 말해 언론관계를 잘 맺은 상태에서 문제 공개가 안 되기 때문은 아닌가.

이번 봉은사 땅 밟기 사건은 청년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목회자들의 책임이 크다. 여기서 땅 밟기 기도가 옳으냐 그르냐는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남의 종교 앞마당에 가서 기도하고 그걸 당당하게 인터넷에 올리는 치기(稚氣), 소영웅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혜롭지 못한 일부 청년들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는’ 비판적 세력 앞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됐다. 해당 목회자들도 청년들의 수준을 그 정도로 밖에 지도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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