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 걸기-이영미] 류샤오보를 석방하라 기사의 사진

국격(國格)은 손님맞이용 미소로는 절대 잴 수 없다. 사실 환대의 기술에서 독재자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잡음 없이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일에 권위주의가 민주주의보다 유능하다는 건 이해할만하다. 그래서 뒤집어야 진실이 보인다. 국격은 친구가 아니라 적을 맞는 태도로 확인된다. 반대파를 다루고 비판을 소화하는 능력. 현대 민주국가의 격은 적과 대화하는 기술이라 말해도 좋다.

올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55)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류사오보는 지금 감옥에 있다. 중국 민주화를 촉구한 ‘08헌장’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해 11년형을 선고받아 수형자 신분이다. 이 상태라면 12월 10일 노벨상 시상식도 감옥 안에서 맞게 될 것이다. 평화상 최초의 옥중 수상이란다.

중국 정부는 “범법자에게 평화상을 줬다”며 발끈하고 있다.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갇힌 이가 평화상을 받게 됐으니 자국 사법제도가 모욕당했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베이징 주재 노르웨이 대사를 소환하고 경제보복까지 거론한다. 미국과 유럽은 류샤오보의 옥중 수상을 중국 내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한 증거로 받아들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 소설가 살만 루시디 등이 류샤오보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류사오보로 인해 오는 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설전의 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회담장에서 류샤오보를 공식 거론하면 환율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중국이 곱게 넘어갈 리 없다.

류샤오보의 감옥 생활은 이번이 네 번째다.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반혁명 선동 혐의로 악명 높은 친청감옥에 갇힌 이래 그는 투옥과 석방, 가택연금을 반복해 왔다.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총서기가 2005년 사망했을 때는 이유조차 모른 채 집에 갇혔다. 자오쯔양 사망이 시위로 불거질까 두려워한 예방조치였다.

흥미로운 건, 최상급의 감시와 박해를 받은 류샤오보가 중국 민주화 운동진영 내에서는 온건주의자로 비판받아 왔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망명한 민주화운동가 웨이징성(魏京生)이다. 그는 체제 내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류샤오보식 개혁론이 중국 정부에 지나치게 관용적이라며 불편해한다. 서구식 의회민주주의 도입을 목표로 한 웨이징성은 류샤오보가 말하는 위로부터의 순차적 변화도 믿지 않는다. 두 사람의 노선 차이는 지난 2월 류샤오보의 언론 기고문에 명확히 드러난다.

“중국의 정치적 개혁은 점진적이고 평화롭고 질서정연하며 통제 가능한 방식이어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쌍방향이어야 한다(…) 나쁜 정부의 질서는 무정부의 혼란보다 낫다.”

그러고 보면 중국에서 온건파의 수난이 류샤오보의 일만은 아니다. 89년 톈안먼 사태에서 유혈진압에 반대하고 시위대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실각한 자오쯔양.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에 그가 한 ‘위험한’ 주장이란 제한적 언론자유와 부패척결이 전부였다. 그것만으로도 자오쯔양은 죽을 때까지 16년간 가택연금을 당했다. 그의 이름은 중국 내 모든 책과 잡지, 신문에서 지워졌다. 완벽하게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된 것이다. 죽기 전 자오쯔양은 톈안먼의 막후 스토리를 기록한 회고록(‘국가의 죄수’)을 녹취했다. 중국에서 그의 책은 출간 전부터 금서가 됐다.

지난 20년 중국은 유인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를 만들었으며, 최대 달러보유국이자 자원강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국력이 국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 슬픈 증거가 중국이다. 류샤오보의 온건주의조차 투옥과 감금으로 탄압받는 나라, 대량학살을 막아야 한다고 믿은 자오쯔양의 인본주의마저 복권하지 못하는 나라. 중국의 오늘은 아직 거기까지다. 힘은 세졌는데 비판받는 기술은 익히지 못한, 덩치 큰 아이를 이웃에 둔 대한민국. 우리도 걱정이 많다.

이영미 특집기획부 차장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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