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칼럼] 산으로 가는 4대강 논쟁 기사의 사진

“공사완공 시점이 다가오면 수질 검사 등을 트집잡아 말을 바꿀 여지가 충분해”

4대강 사업 논쟁이 실체는 뒷전이고 각종 억측과 선동, 정략까지 뒤얽혀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치닫고 있다. 정작 재정을 부담하는 국민의 판단이나 지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일방적인 선전이 판을 치고 여론을 오도하려는 세력이 날뛰는 형국이다. 여야 정치권은 상반된 입장에서 4대강 사업을 평가하고 해당지역 도지사와 4대강 유역 시·군의 의견까지 엇갈려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다.

올 상반기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달아오르면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시들해지나 싶었는데 세종시가 원안 추진으로 정리되면서 다시 논쟁의 한복판으로 끌려나왔다. 민주당은 10월 손학규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4대강 사업은 위장된 대운하 사업’으로 규정해 공세 수위를 한껏 높였다. 보(洑)를 만들고 바닥을 준설하면 언제든지 갑문을 설치해 대운하로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도지사들은 입장이 엇갈리거나 모호하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낙동강 보 설치와 준설에 반대하면서 정부의 사업권 회수 움직임에는 소송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소속 정당 민주당의 반대 당론에도 불구하고 영산강 사업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에 반대하고 있으나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류에 해당되는 사업을 조정해 추진하겠다는 다소 모호한 의견을 냈다. 하지만 경남지역 낙동강 유역 시·군들은 대부분 낙동강 사업에 찬성하는 입장을 경남도에 전달했다. 충남에서도 금강 유역 시·군들은 대체로 사업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해당지역 도지사와 시·군까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니 주민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지방행정 책임자들이 여론을 수렴해 국책사업을 지원하기는커녕 주민 의견을 오도해 분열을 부추긴 대표적 사례다. 언론들도 국민이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매체별 성향에 따라 입맛에 맞는 자료와 의견을 나열해 한몫 거들고 있다.

4대강 사업 공정은 전체 평균 31%를 넘어섰고 16개 보 공사는 55%를 상회한다고 한다. 내년 가을께에는 주요 공사가 거의 끝난다는 이야기다. 사실상 1년 뒤면 끝날 국책사업을 놓고 이제 와서 공사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대운하로 바뀔 것이라는 주장도 당장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대운하를 안 하겠다고 다짐한 이명박 대통령이 구태여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대국민 약속을 파기할 이유를 찾기 어렵고 차기 정권도 국민 동의 없이는 추진하기 힘든 사업이다.

대운하를 만들려면 갑문 설치와 강폭 확대, 6m 이상 수심 확보 등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의 초대형 공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뻔히 알 텐데 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사업을 마치고 나면 수변지역에 엄청난 혜택이 돌아가고 수질 악화와 물 부족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물 관리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 또한 의심스런 대목이 없지 않다.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이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1년 뒤 완공시점이 다가왔음을 알리면서 ‘4대강 사업은 대운하가 분명하다며 국민에게 주장하려는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거는 자세로 해야 한다’는 요지로 글을 올렸다. 누가 국민을 오도했는지 책임을 분명히 가리자는 말이다. 야당 공세에 물러서지 않고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결기가 묻어난다.

그러나 정 수석이 주장한 대로 자신의 말에 정치생명을 걸 정치인은 거의 없어 보인다. 주요 공사가 끝나 완공시점이 가까워지면 또 트집을 잡아 말을 바꿀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벌써 일부 정치인들은 완공 이후 부실공사 여부를 가리고 수질을 조사하는 일에만 몇 년이 더 소요될 것이라며 방향을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2년이면 총선과 대통령선거가 잇달아 열려 선거를 앞두고 온갖 정략과 선동이 난무할 게 뻔하다. 이래저래 속내를 알 만한 국민은 정치인들의 발언에 등을 돌리게 되고 악화가 양화를 밀어내는 정치판의 퇴행성이 더욱 고착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김성기 편집인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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