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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전정희] 모른 척 기사의 사진

드라마 작가 김수현은 ‘작가’로서 권위가 인정되는 몇 안 되는 현역이다. 대개의 드라마가 PD들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작가정신을 지켜나가기 어려운 마당에 권위를 인정받는 노장의 투혼이 자랑스럽다. 1968년 ‘저 눈밭에 사슴이’를 시작으로 ‘사랑이 뭐길래’ ‘엄마가 뿔났다’ ‘내 남자의 여자’ 등으로 보여준 40여년의 필력을 보노라면 삶의 관찰자를 넘어 지혜자처럼 느껴진다. 화살은 쏘나 둥지에 잠든 새는 맞히지 않는 인(仁)의 드라마트루기가 그의 빼어남이다.

종영을 앞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도 지혜와 따스함으로 넘친다. 대사의 문학성은 물론 제주도란 ‘변방’을 중심에 가져다 놓고 손색없이 전개하는 능력을 보였다. ‘역시 김수현’이다 싶다.

한데 ‘인생은…’에서 우리 사회의 이슈가 발생했다. 동성애자 문제다. 양병태(김영철 분) 김민재(김혜숙) 부부의 아들 태섭이 커밍아웃하면서 비롯됐다. 기독교 시민단체 등은 이에 반발해 신문광고 등을 통해 방송사를 규탄했고 법무부는 교도소 내 드라마 방영을 중지시켰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국가인권위원회가 군대 내 동성애자 차별 위헌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이제는 인권을 넘어서 정치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동성애혐오증 강한 사회

우리 사회가 동성애혐오증이 강한 게 사실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서구도 유대인혐오증, 공산주의혐오증과 더불어 20세기 최대의 집단혐오증이라고 규정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최근 연예인 등 유명인의 커밍아웃은 ‘동성애는 나쁜 것, 전염병 혹은 정신병’이라는 혐오증을 옅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정확한 지식이나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의 억압과 혐오가 있어왔다는 주장이 미디어를 기반으로 퍼지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인생은…’도 그 기반이 됐다.

하지만 김수현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식이 많다 보면 동성애자도 하나 끼어 있을 수 있지 않나. 조금 시끄럽겠다 싶었지만 사회적 이슈 그런 걸 의도한 건 없다. 어느 집안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을 그렸다”고 밝혔다. 딱 그랬다고 믿고 싶다. 김수현은 드라마에서 소수자의 삶을 구호적이지 않으면서 친근하게 드러내는 능력이 남달라 이번 동성애 부분도 큰 틀에서 작은 블록으로 처리한 것처럼 보인다. 관록의 작가가 마음만 먹으면 태섭 커플을 가지고 시청자를 쥐락펴락하기가 얼마나 좋은가.

지난주 시모(김용림)는 드디어 손자의 비밀에 대해 며느리 민재에게 언급했다. ‘옛날에도 그런 일이 있었으나 다 모른 척했다. 학교 미술 선생과 가사 선생이 좋아하다 알려지자 순천으로 가서 살았더랜다’로 축약되는 대사다. 조선왕조실록에서조차 언급된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오늘도 계속된다.

성경은 이 문제에 대해 단호하다. 소돔과 고모라를 다룬 창세기 18∼19장, 베드로후서 2장, 유다서 1장 그리고 레위기 18장과 22장, 로마서 1장, 고린도전서 6장 등은 동성애가 하나님 앞에서 가증하고 사악한 것이라고 꾸짖는다. 이는 성경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진리의 말씀이다.

누구에게나 믿음은 치유능력

우리는 고린도전서 6장 11절의 ‘여러분 중에도 이런 사람이 더러 있다’는 말씀에 유의해야 한다. ‘더러’는 드물게를 말한다. 이 드물게 있는 사람을 가지고 첨예한 문제로 다루는 이들이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즉 동성애자의 인권을 이유로 자신들과 같은 부류를 늘리려 해선 안 되며, 또 동성애자 인권옹호자와 동성애자를 좌익으로 몰아가는 정치화도 안 된다는 말이다.

신앙은 치유의 능력을 갖는다. 믿음은 아픔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힘이 있다. 이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동성애자에게도 소망은 있다. 그들에게 성령 안에서 씻음과 거룩함과 의롭다하심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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