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칼럼] 민주당, 전화위복의 기회다 기사의 사진

소설책에서 읽은 것 같은데 정확한 기억은 없다. 천하가 자기 것인 임금도 신하를 만날 때 신하의 손에 뭐가 들려 있으면 그가 예뻐 보인다고 한다. 세상에 안 가진 게 없는 사람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뭘 받으면 좋아한다는 인간의 본성을 말하는 것이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지난주 국회에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과정에서 거액의 사례금이 1000불짜리 AMEX 수표 다발로 김윤옥 여사와 이명박 대통령의 동서 황태섭씨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비 행위가 이뤄졌다는 구체적 날짜·장소와 함께 남상태-김윤옥-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민유성 산업은행장으로 이어지는 도표까지 제시했다. 이 정도면 의혹 제기 수준이 아니다.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공표할 수 없는 명백한 비리 폭로다.

줘서 싫다는 사람 없다지만

그런데도 이 폭로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천하를 소유한 임금도 뭘 받으면 좋아하는 게 인지상정이라는데 대통령의 부인이라고 예외일까 싶으면서도, 요즘 같은 대명천지에 설마 그랬겠느냐는 것이다. 대통령 부인이 설사 인사 청탁을 했더라도 사례금을, 그것도 청와대 안방에서 고액권 수표로 받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느냐는 게 폭로를 의심하는 배경인 것 같다. 그래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언론까지 강 의원에게 자신의 폭로에 자신이 있으면 국회의원의 국회 내 발언에 주어지는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회 밖에서 같은 주장을 하고, 검찰에 고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강 의원은 이 같은 요구에 대꾸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박지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측에서 강 의원을 옹호하고 있을 뿐이다. 박 원내대표는 “사실일 경우 수사하고, 아니면 해명하면 될 일을 가지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과민 반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김윤옥 여사에 관한 백업(뒷받침) 자료도 있지만 자제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세균 최고위원 등은 과거 근거 없이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해 옷 로비 의혹을,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 대해 미등기 아파트 전매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당 차원에서 조사·조치하라

그러나 대통령 부인이 거액의 인사 청탁 사례금을 받았다는 폭로는 “아니면 해명하면 될 일” 정도의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운명이 걸릴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또 백업 자료가 있으나 자제하겠다며 마치 김윤옥 여사를 봐주겠다는 투지만, 많은 사람들은 민주당이 궁지에 몰린 심각한 상황에서 과연 그러겠느냐고 냉소적 반응이다. 과거 한나라당도 대통령 부인들에 대해 근거 없는 폭로를 했었다는 민주당의 역공도 너희가 나쁜 짓 했는데 우리라고 나쁜 짓 하면 안 되느냐는 말처럼 들려 개운치 않다.

이번 사안으로 민주당은 자칫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민주당이 이 같은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당 차원에서 율사들을 참여시켜 강 의원 폭로의 진위를 자체 규명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강 의원의 주장이 사실로서 자신이 있다면 백업 자료까지 있다니까 김윤옥 여사 등을 검찰에 고발해 처벌받도록 하고 정권에도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만일 설득력 있을 만큼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다면 강 의원이나 민주당이 면책특권이 보장되는 국회 내 발언을 통해서라도 그것들을 설명하여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체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거나 증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나면 당 차원에서 김윤옥 여사는 물론이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또 국회 윤리위의 강 의원 징계를 달게 받아들일 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 당원 자격 박탈 등 별도 징계를 단행해야 한다. 만일 그리 한다면 국민이 민주당에 보내는 신뢰는 상한가를 칠 것이다. 이는 또한 민주당뿐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도 새로운 랜드마크로 모자람이 없을 터이다.

백화종부사장wjbaek@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