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김명호] 워싱턴 정치의 패배 기사의 사진

흔히들 미국을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여긴다. 특히 행정 권력을 견제하고, 이념적 편향성을 적절히 방지하며, 여론을 투영해 국정에 반영하는 의회 정치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이 벤치마킹할 만하다. 하지만 이번 중간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당파적 대립과 포퓰리즘은 과연 워싱턴 정치가 앞으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마저 들게 할 정도다.

지금의 워싱턴은 너무도 당파적이다. 미국 언론들조차도 1980년대 이후 가장 당파적인 양당 지도부라고 비판한다. 의원들 또한 미국 의회의 전통인 자유로운 소신 표현보다는 당파적 이해관계에 몰입돼 있다.

굳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다수 여론은 공화당을 무조건 반대당(say-no)으로 인식하고 있다. 단적인 예는 건강보험법 철폐 주장이다.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을 자신들도 잘 안다. 철폐안은 상원에서는 부결될 것이고, 설사 가결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상징적인 개혁 조치를 무조건 흠집내겠다는 의도밖에는 없는 듯하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국민과 소통 없이 개혁을 밀어붙인 민주당 정권의 책임이 크다. 오바마조차도 선거가 끝난 뒤 회견에서 소통 없는 개혁이 여론의 반감을 샀다는 점을 인정했다.

극심한 당파적 정쟁은 반(反) 워싱턴 바람이 강하게 불게 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태어난 것이 극우 보수적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Tea Party)다. ‘워싱턴을 날려버리자’는 그들의 구호 중 하나이다. 티파티 구성원들 중에는 공화당도 불신하는 부류들도 상당히 많다. 티파티는 당파적인 워싱턴 정치의 결과물이다.

이번 선거의 압권은 돈과 흑색선전이다. 총 선거비용은 40억 달러(4조 4000억원)로 추산된다. 미 선거 사상 최대 규모다. 기업이나 이익단체들은 무제한 선거 광고를 할 수 있다. 유권자에게 직접 돈을 주지만 않았지, 사실상 돈으로 표를 사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오바마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은 TV광고나 대형 옥외광고판에서 노리갯감이 된 지 오래다.

극심한 당파 정치가 된 데에는 언론과 유권자들의 책임도 예외일 수 없다. 보수성향의 폭스뉴스는 당파적 보도로 유명하다. 오바마나 민주당이 무엇을 하든지 간에 난타한다. 모(母)회사 뉴스코퍼레이션은 공화당 주지사협의회 등 2곳에 2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냈다. 진보성향인 MSNBC의 간판 앵커 키스 올버먼은 선거 직전 민주당 후보 3명에게 7200달러의 후원금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그동안 논평을 통해 공화당 후보들을 맹공격, 편파보도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이런 당파적 보도에 유권자들은 손뼉을 친다. 폭스뉴스는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유권자들은 선전선동에도 환호한다. 극우 보수성향의 라디오프로그램 진행자 글렌 벡과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공화당)가 8월 28일 워싱턴 내셔널 몰에서 주최한 반(反) 오바마 집회에는 9만여명이 모였다.

이에 질세라 진보성향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와 스티븐 콜버트가 선거 직전인 지난달 30일 같은 장소에서 가진 맞불 집회엔 21만명이 모였다. 당파적 대립과 포퓰리즘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악순환을 거듭한 것이 바로 이번 선거였다.

미국은 확실히 분열됐다. 어찌 보면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미국 기득권층의 뿌리 깊은 반감이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분열을 방치하면 회복 불가능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치유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 가고 있다.

워싱턴에서 민주주의 담론은 퇴화하고 있다. 그 틈새를 극심한 당파적 이해와 포퓰리즘이 빠르게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워싱턴 정치는 그래서 패배한 것이다.

워싱턴=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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