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이야기] 새끼 악어도 잡아먹는 새 슈빌 기사의 사진

슈빌은 이름처럼 구두같이 생긴 넓적한 부리를 가진 아프리카에 사는 대형 황새다. 키가 115∼150㎝이고 양 날개를 펼치면 230∼260㎝나 된다. 처음 이 새를 발견한 아랍 탐험가가 슈빌(구두부리)이라고 이름붙인 것처럼 슈빌의 부리는 가로, 세로의 길이가 20㎝를 넘을 정도로 새 중에서 가장 큰 부리를 가졌다.

이 새의 가장 독특한 매력을 뽑으라면 호랑이 사자와 겨누어도 될 만큼 강렬한 눈빛이라고 말하고 싶다. 큰 몸집과 부리도 그냥 지나치지 못할 만큼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무심한 듯 두려움 없이 바라보는 눈빛은 여느 동물과는 확연히 차이 나는 독특한 카리스마를 가졌다.

내가 바라보는 내내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내 눈을 받아내는 슈빌의 담대함은 물고기를 낚기 위해 몇 시간이나 움직이지 않고 마치 동상처럼 서서 물고기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에서 온 것이다. 강태공이 세월을 낚듯 슈빌의 물고기 사냥도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슈빌이 아무데서나 마냥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슈빌도 나름대로 전략이 있어서 산소 함량이 적은 물가를 찾아 물고기 사냥을 한다. 이런 곳일수록 물고기들이 산소를 얻기 위해 수면 가까이 모여들기 때문에 더 쉽게 먹이사냥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몇 시간이고 꼼짝하지 않고 버티다가 먹이가 나타나면 그것이 물고기든, 개구리든, 때로는 새끼 악어까지도 사냥을 한다. 다른 황새처럼 목이 길지 못해 온몸을 기울여 덮치듯이 물고기를 잡는다.

슈빌이 사는 곳은 파피루스가 무성한 물가나 습지이다. 이곳을 은신처 삼아 물고기 사냥도 하고 둥지도 만들어 살며, 유유히 세월을 낚는 낚시꾼답게 철저히 단독생활을 즐긴다. 번식기가 되어 번식 쌍을 형성한다고 해도 서로 떨어져서 먹이 사냥을 한다.

동물원에서 사는 슈빌을 관찰해 보면 부부가 된 후에도 전시장의 양끝으로 떨어져서 먹이를 찾아다닌다. 번식에 성공해 둥지를 만들 때는 먼저 적당한 자리를 골라 풀을 뭉개고 그 위에 덤불을 더 가져와서 쌓아 둥지를 튼튼하게 한다. 5일 간격으로 보통 2개의 알을 낳고 30일간 암수가 교대로 품어 그중 한 개의 알을 길러낸다.

이 독특하게 생긴 새가 유럽에 알려진 것은 1850년에 박제 표본을 통해서였고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몇몇 동물원에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야생에서나 동물원에서나 보기 힘든 귀한 새다. 슈빌이 사는 곳이 파피루스가 빽빽이 자라는 습지이다 보니 사람의 접근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 새를 어떻게 분류할지 학자들 간에 이견이 분분하고 야생 생태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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