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명재] 코스닥사 상장폐지 이대로 좋은가 기사의 사진

코스닥사에 횡령 또는 배임 사건이 발생하면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실질심사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거래소는 법적으로 주식회사에 해당하지만 금융위원회를 배경으로 시장감시 및 감리기관의 역할을 담당한다. 시장을 감시하는 것이 본래의 역할이지만 거래소는 처벌이라는 칼자루까지 쥐어든 권력기관이 되고 말았다.

대주주와 경영진이 저지른 배임이나 횡령으로 인해 시가총액이 수백억, 수천억원에 이르는 회사가 하루아침에 상장폐지되는 게 현실이다. 위법한 행위는 대주주나 경영진이 저지르고 책임과 손실은 수천명에 이르는 일반주주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꼴이다. 거래소는 상장폐지 명분으로 클린코스닥(투명성)과 잠재적 투자자(주주) 보호를 내세운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기존의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대주주를 제외한 주주들 대부분은 경영진의 위법한 행위에 개입한 적도, 알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현행 제도 하에서는 그 피해가 모두 일반주주들의 몫이 된다.

대주주 위법책임 투자자 전가

올 상반기에만 50개가 넘는 코스닥사가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의해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런 속도라면 올 한 해만 100여개의 회사가 시장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물론 그중에는 다른 이유로 퇴출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가 배임이나 횡령과 연관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영진의 배임이나 횡령을 이유로 코스닥사를 무조건 상장폐지시킬 거라면 더 많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 차라리 코스닥시장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거래소는 1000개가 넘는 코스닥사를 일일이 감독할 수 없다면서 경영진에 대한 감시의무를 주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거래소가 하는 것은 사후 처벌뿐이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의 책임과 의무는 일반주주들에게 돌리고 문제가 확인되면 상장폐지라는 무소불위의 칼을 뽑아 든다. 실로 책임은 없고 권리만 있다.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실질심사위원회라는 것도 어설퍼 보인다. 거래소 직원 몇몇이 내린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회계법인이 회사 하나를 감사하기 위해서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심사위원 몇 명이 며칠 만에 회사 사정을 파악하고 회사 존폐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코믹한 일이다.

시장은 자율적 기능이 생명이다. 회사에 문제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기업가치(주가)는 하락한다. 횡령이나 배임이 발생한 회사라고 해서 가치가 바로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래소의 상장폐지 제도는 배임이나 횡령사고가 발생하는 즉시 회사 가치를 ‘제로’로 만든다. 기업 존속이나 퇴출은 오로지 시장만이 결정할 수 있다. 관치에 의해 기업의 생사가 결정되는 것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정신에 어긋난다. 물론 횡령이나 배임에 연루된 대주주나 경영진,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사고가 난 회사 역시 피해액의 회수와 경영의 정상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관리종목 지정 등 대안 필요

많은 대안 가운데 이런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배임이나 횡령 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즉시 관리종목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투자자(주주) 피해를 막는 일이기도 하다. 동시에 배임이나 횡령을 저지른 대주주의 지분으로 회사가 입은 손실액을 보전케 하고 경영권을 몰취한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유능하고 도덕적인 경영진을 선출해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유도한다. 이어 회사가 안정을 찾는 즉시 재심사를 거쳐 관리종목에서 탈피시켜 준다. 위법행위를 저지른 대주주와 관리자, 회계법인 등은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하되 선량한 대다수 기존주주들의 재산권은 보호해 주자는 것이다. 회사 역시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다.

강명재 한세대 경영학부 겸임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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