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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박병권] 병역특례 의식 말고 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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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남자에게 있어 병역 문제는 양날의 칼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철없이 부모의 속만 썩이던 청년이 군대를 갔다온 뒤 개과천선해 새로 태어나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다. 반대로 멀쩡한 체격과 괜찮은 학력을 가진 젊은이가 군입대를 피하기 위해 잔꾀를 부리다 수사기관에 걸려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었다. 군대 갔다오지 않은 사람을 은근히 얕보는 풍조마저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병역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별의별 수단을 동원해 현역병 입대를 피하려다 법망에 걸려드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본다. 프로 운동선수와 유명 연예인 등이 브로커를 통해 군입대를 피하려다 화를 자초하는 단골손님으로 자주 등장한다.

새삼스럽게 군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 가운데 군 문제가 걸려 있는 사람이 여러 명 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야 병역특례를 받아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프로 선수에게 군 입대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국군체육부대인 상무가 있긴 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야구 선수의 경우 경찰청 야구단이 있어 군복무를 대신하며 실력을 연마할 수 있지만 이곳 역시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남자 선수의 경우 병역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 실력을 연마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월등한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한 해 수억원대 수익을 올리는 프로 선수가 군에 가게 된다면 이 기간 동안 수입을 포기해야 할 뿐 아니라 기량도 유지하기 어렵다. 군부대에 있을 때는 소속 팀에서처럼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아 아무래도 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선수들이 지나치게 병역특례를 의식할 경우 오히려 제 기량을 발휘하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단체 경기의 경우 이미 다른 대회 입상으로 군 문제가 해결된 선수가 많아 자칫 팀 내 불협화음이 생길 소지도 있다. 야구 국가대표팀은 2년 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상당수 선수들이 이미 군 문제를 해결했다. 추신수 안지만 조동찬 선수 등은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하지만 이대호 김태균 선수 등은 군 문제를 해결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박주영 선수도 금메달이 꼭 필요하다. 적지 않은 나이라 앞으로 기회도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이 같은 독특한 병역특례 제도를 아시아의 일부 국가들이 비웃기도 한다. 신성한 국방의무를 금메달과 맞바꾸는 것이 정당하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탁월한 실력으로 금메달을 따 국민들에게 자신감과 자부심을 심어주는 운동 선수들에게 그 정도의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는 듯하다. 군복무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는 것도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피땀 흘려 갈고 닦은 실력으로 조국에 메달을 선물하는 것도 군복무만큼 신성하고 값진 일임에 틀림없다.

이제 아시아인의 최대 스포츠 축제인 제16회 아시안게임이 오늘 오후 중국 광저우에서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16일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개막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서울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소식에 밀려 시선을 별로 끌지 못했지만 다음주부터 우리나라는 광저우에서 들려오는 금메달 소식에 흐뭇한 시간을 가질 것이다. 마침 이 기간 국내의 프로 스포츠도 일시 중단되기 때문에 국민의 모든 이목이 광저우에 쏠릴 수밖에 없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 국력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중국과 일본을 누르고 태극기가 맨 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선수들도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해 좋은 성과가 있길 기대한다. 특히 병역특례가 걸려 있는 선수들은 이 문제를 의식하지 않았으면 한다. 조국에 금메달을 바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경기할 경우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겠는가.

박병권체육부장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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