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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조성기] 정상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이유

[삶의 향기-조성기] 정상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이유 기사의 사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온 나라가 술렁이면서도 어쩐지 조용했다. 교통대란이 일어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출근 교통량은 줄어들었다.

정상회의 개최 시각에 맞추어 미국 오마바 대통령을 비롯한 19개국 정상들이 성남 서울공항에 속속 도착하는 모습을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지켜보면서 각 나라 대표선수들이 모이는 무슨 올림픽인가 잠시 착각을 하기도 했다. 사실 정치·경제 올림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겹겹이 둘러싼 철옹 같은 경비망 때문에 코엑스 건물이 괴기한 모습을 띠었고 우리 국민과 정상들 간의 거리감을 더욱 느끼게 했다. 정상들이 공항에 도착하여 자국에서 공수해온 방탄차를 타고 삼엄한 경비차량의 호위 속에 급히 달려가는 모습은 사뭇 위화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어느 기자는 코엑스 건물이 도시 속의 섬으로 변했다고 표현했다. 배편으로 연결되는 섬이 아니라 격리된 섬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소통 측면에선 ‘오프’가 낫다

국제적인 화상회의도 가능한 인터넷 시대에 이렇게 엄청난 돈과 인력을 쏟아부어가면서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이느라 부산을 떨어도 되는지 의문이 들 만도 하다. 그러나 온라인의 만남보다 오프라인의 만남이 훨씬 인격적이고 친밀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온라인에서 만나시던 분들 오프라인에서 만나 회포를 풉시다’ 하는 전언을 접하면 왠지 훈훈한 인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윤대녕 작가는 자신의 산문집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단어가 잘못 되었다고 지적했다. 무엇이 온(on)이고 무엇이 오프(off)인가. 인간관계의 소통 면에서 보자면 흔히 온라인이라고 하는 것이 오프(off)이고 오프라인이라고 하는 것이 온(on)이라는 통찰은 예리하다. 온라인에서 기를 쓰고 흉내 내려고 하는 대상이 오프라인이다. 디지털이 목적으로 하는 것은 결국 아날로그의 재연이다. 다만 아날로그의 물리적 제한을 극복해보자는 것이다.

세계 정상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그 파급효과는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국민이 소외된 듯한 분위기 속에서 ‘당신들의 천국’처럼 대회가 치러진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 영향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에게도 직간접으로 미칠 것이다.

우리는 세계 정상들이 자국 이익의 극대화만을 지향하지 않고 세계 자원과 부의 효율적인 분배를 통해 기아선상에서 헤매는 나라와 민족에게도 희망의 빛이 비치도록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결국 G20 회의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집합체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이런 무리한 대회를 계속 이어나갈 이유는 없는 셈이다. 아무쪼록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작은 결과물이라도 도출되었기를 기대해본다.

흩어져 살아온 한 핏줄, 인류

실천적인 유전학자 스펜스 웰즈는 세계 각국 35만명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인류가계도를 만들기 위해 오지 탐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툰드라 지역에서 축치족을 만났을 때는 순록고기를 칼로 베어 입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주의사항을 듣기도 했다. 왜냐하면 영하 50도의 날씨로 자칫 칼이 혀에 닿기라도 하면 그냥 붙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피나는 노력의 결과 우리 인류는 ‘2000세대를 거쳐 오면서 헤어진 같은 핏줄의 형제자매들’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비록 지금은 나라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피부색과 홍채색이 다르다 할지라도 유전자로는 같은 핏줄의 형제자매들인 만큼, 세계 정상들이 그런 혈연의식을 가지고 대회에 임한다면 보다 나은 방향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성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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