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식물 이야기] 감나무의 가을 메시지 기사의 사진

바람이 쌀쌀해지면서 서둘러 잎을 덜어낸 나무들이 조심스레 익혀온 열매의 속살을 드러냈다. 결실의 계절임을 알리는 나무의 가을 메시지다. 귀하지 않은 열매가 없지만, 가을이면 감나무 열매만큼 눈에 들어오는 건 없지 싶다. 빈 가지에 새빨간 열매를 매단 감나무는 필경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이 땅의 가을 풍경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감나무는 농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다. 흔한 탓에 존재감이 절실히 느껴지지 않는 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낙엽이 지는 이 즈음에는 여느 나무 못지않게 그 존재감의 비중이 커지는 나무다.

사람들이 먹기 위해 털어내고 가지 끝에 남긴 나머지 열매를 까치밥이라고 한다. 먹을거리가 귀해지는 겨울을 나야 할 날짐승들을 위해 남겨둔 것이라는 의미다. 감은 그냥 털어내지 않고 일일이 따내야 한다. 자칫하면 터지기 쉽기 때문이다. 가느다란 가지 끝의 열매는 따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버려 둔 것이라고도 한다. 경위야 어찌 됐든 날짐승들에게는 요긴한 먹을거리가 되는 셈이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의 배려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먹을거리로나 풍경으로나 열매인 감이 가장 요긴한 건 틀림없지만, 감나무는 쓰임새가 많은 나무다. 특히 목재로서의 쓰임새는 남다르다. 줄기의 재질이 단단한 데다, 잘 말린 뒤에 나타나는 검은 빛은 다른 목재에서 볼 수 없는 고급스러운 기품을 갖추어서다. 오래 전부터 귀한 가구를 만드는 고급 재료로 쓰인 이유다. 탄력성이 뛰어나다는 것도 감나무 목재의 특징이다. 이 같은 특징을 이용해서 화살촉이나 나무망치, 혹은 골프채의 헤드와 같이 단단하면서도 탄력성을 갖춰야 하는 기구의 재료로 쓰였다.

감나무의 다양한 쓰임새를 옛 문헌에서는 ‘오상(五常)’이라는 비유로 극찬했다. 잎이 넓어 글을 쓸 수 있으니 문(文)이고, 화살촉으로 쓸 수 있을 만큼 단단하니 무(武)가 되며, 열매 안팎의 빛이 한결같아 충(忠)이고, 이가 빠진 노인도 먹을 수 있으니 효(孝)이며, 가을 지나도 변함없이 열매가 달려 있으니 절(節)이라는 이야기다.

또 줄기의 검정, 잎의 초록, 꽃의 노랑, 열매의 빨강에 곶감으로 말렸을 때의 흰 색을 더해 오색(五色) 찬란한 나무로 극찬하기도 했다. 예쁘고 알찬 열매로 결실의 계절을 드러낸 감나무의 풍경이 살갑게 다가온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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