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청원경찰법 개정이 말해주는 것 기사의 사진

“국회 집단 반발은 입법이 변형된 후원금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 징표”

청원경찰법 개정 입법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와 그에 반발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몇 가지 쟁점이 있다. 3권분립 위반과 같은 헌법적 문제에서 시작해 사정정국용 수사라는 주장, 스폰서 검사 사건과 대포폰 부실수사를 공격하는 야당을 겨냥한 보복수사라는 주장, 그리고 정치인 후원금 문제 같은 것들이 주요 쟁점이다.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것은 오랫동안 열리지 않던 입법시장이 왜 어느 날 갑자기 만장일치로 열리며, 그 기저에 결합돼 있는 약자보호와 같은 그럴듯한 명분은 과연 약자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삼권분립에 역행한다는 주장은 대체로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인데, 대표적으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성명을 들 수 있다. 이 대표는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도 없는데, 국회가 본회의 의사진행을 하고 있는 와중에 집단적인 강제수사를 강행한 것은 국회에 대한 수사권을 행사한 것과 진배없다고 진단한다. 주장의 핵심은 ‘입법 사법 행정의 3권은 분리되어 있으면서 상호견제와 균형의 관계에 있는데, 행정부에 속한 검찰이 함부로 사정의 칼을 휘두르는 것은 헌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이다.

이는 입법부에 크게 편향된 주장이라고 여겨진다. 이 논리를 그대로 뒤집는다면 국회가 사법부와의 균형적 관계를 무시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되돌아올 것 같다. 좀 더 수사가 진행돼야 명확해지겠지만 지난 2월부터 진행돼온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소속 회원들의 입법 로비 의혹 수사는 현재 일반인들이 납득할 만한 체계와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고, 국회의원들에 대한 조사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 ‘형평성을 잃은 과도한 수사’라는 의견(24.7%)보다 ‘정당한 법집행’이라는 의견(53.7%)이 배 이상 높게 나타난 데에서도 보듯 이 문제를 보는 일반의 시각은 국회에 대해 냉담하다. 적어도 헌법의 원칙에 위배될 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는 얘기다.

사정정국용 수사라든가, 보복수사와 같은 논란은 미뤄둔다. 이 문제에 관해 특히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약자보호와 같은 당의정을 입힌 쓴 약을 만장일치로 섭취하는 국회의 섭생법에 대한 것이다.

청원경찰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청원경찰은 공무원급 의무를 지고 있으면서도 신분은 민간인이며, 기능직 공무원인 경비원이나 방호원들보다 직책이 낮게 평가되는 사회적 약자다. 그럼에도 공공의 일을 맡는다는 이유로 노동3권도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열악한 신분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2005년 3월 강창일 열린우리당 의원이 청원경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자연뽕’이라고 할 만한 휴직 및 명예퇴직 조항을 삽입하는 것으로 끝났다.

서운하지만 이것이 인간들이 운영하는 입법시장의 본질일 것이다. 시장의 바깥에 존재하는 것들이 합법적인 시장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약자보호’와 같은 산뜻하기만 한 비타민성 제제로는 크게 부족하다. 더구나 그것이 특정집단의 신분 상승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룰 메이커들의 방호벽은 특별나게 공고하다는 것이 역사의 경험이다. 노예(매매)제가 폐지되고 여성들이 투표권을 얻기까지 걸린 시간과 땀의 역사가 이를 말해준다. 전에도 무산됐고 여론의 주목을 받지도 못했던 개정안이 지난해 9월 국회에 상정돼 불과 3개월 만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는 사실은 사회적 약자들이 선의로 마련한 소액 후원금의 효과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압수수색을 당한 11명 의원들을 감싸고도는 대한민국 국회의 만장일치성 반발은 입법이 변형 또는 왜곡된 후원금 구조와 결합돼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 징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떤 계층의 이익과 관련된 입법이 불법적 후원금과 연계된다면 약자들이 시장 진입의 벽을 넘는 데에는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장부 처리용 회원 명단과 목돈을 가져오는 사람들은 더 이상 약자도 아니다. 이 경우 약자보호라는 구실은 기실 약자 교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수석 논설위원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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