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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가요 심의 잣대 논란… ‘짝짓기’ 선정적, ‘없잖어’ 비표준어라 방송 불가?

KBS 가요 심의 잣대 논란… ‘짝짓기’ 선정적, ‘없잖어’ 비표준어라 방송 불가? 기사의 사진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가 지난 1일 낸 새 앨범 ‘졸업’의 타이틀곡 ‘졸업’이 ‘짝짓기’ ‘팔려가는’ 등의 가사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KBS로부터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성적인 메시지를 담고 야한 안무를 선보이는 걸그룹의 음악은 버젓이 방송되고 있어, KBS의 심의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졸업’은 졸업 후 방황하는 청춘들의 슬픈 자화상에 대한 노래다. KBS는 이 곡에서 “꿈에서 아직 덜 깬 아이들은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날 듯 짝짓기에 몰두했지”와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를 선정적인 표현으로 꼽았다.

KBS 가요심의위원회는 “짝짓기는 원래 동물의 교미행위를 뜻하는 말로 인간의 성행위를 연상케 한다. 또 ‘팔려가는’은 성매매 인신매매를 연상케 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곡보다 성적 표현의 수위가 높은 걸그룹들의 노래는 버젓이 방영되고 있다. 여자의 성기를 뜻하는 영어 속어와 동음이의어인 ‘푸시’를 반복하는 시스타의 곡 ‘푸시푸시’는 KBS에서 방송되고 있다. 4명의 소녀들이 엉덩이를 흔들면서 ‘푸시 푸시 베이비’를 외치는 공연은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그 외에도 ‘헉헉’하는 숨소리가 반복되고 가슴을 강조하는 안무가 주요 동작인 미쓰에이의 ‘브리드’도 KBS에서 방송 적격 판정을 받았다.

아이돌들의 노래는 가사에 비속어와 비표준어가 버젓이 등장하는데도 심의를 통과하면서 비주류 가수들의 노래는 비속어를 이유로 방송 불가 판정을 받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군바리’ ‘삽질하다’라는 비속어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양동근의 ‘탄띠’는 해당 표현을 고친 뒤에야 재심의에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이돌의 노래에는 ‘쉬운 남잔 개나줘버려’(남녀공학 ‘삐리뽐 빼리뽐’)와 같은 저속한 표현이 횡행하고 있다.

제목 때문에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은 ‘황당한’ 경우도 있다. 필베이의 곡 ‘샴푸를 마시면’은 제목이 불건전해서, 넬의 ‘기생충’은 불쾌감을 조장한다며 KBS에서 전파를 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KBS가 어법이나 어휘 같은 지엽적인 표현을 문제삼아 사회 비판적인 노래를 억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졸업’은 취업난이 극심한 현실을 폭로하고, ‘탄띠’는 군대 문화를 정면에서 비판한다. KBS 심의실 관계자는 “졸업은 전반적으로 비관적인 내용이고, 탄띠는 군대에 비호감을 드러내 국민 정서를 흐트러뜨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노준영 음악평론가는 “음악은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데, 사회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음악이라고 방송 부적격 처분을 내리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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