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경남도, 사업권 못 내놓겠다면 기사의 사진

얼마 전 독자 한 분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기자의 견해를 칼럼으로 밝혀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매주 칼럼을 쓰는 기자로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국가 대사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참이었다. 그러나 전문적 식견도 없이 왈가왈부하는 게 주제 넘는다 싶어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다만 개인적으론,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인 만큼 사업을 단계적으로 진행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반대가 덜한 영산강부터 사업을 해본 뒤, 그 결과를 가지고 다른 강의 사업 여부를 결정하는 식으로 말이다. 독자께는 그런 내용으로 답장을 드렸다.

법정투쟁할 일이 아니다

논란 속에 강행되던 4대강 사업에 기어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정부가 경상남도에 위탁했던 낙동강 사업권을 회수키로 했고, 경남도는 사업권을 못 내놓겠다고 맞서고 있다. “경남도가 위탁받은 낙동강 사업의 공사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게 정부의 사업권 회수 이유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문화재 지표 조사, 불법 폐기물 매립 현장 발견, 토지 보상 등으로 공사가 늦어지고 있을 뿐 고의로 지연시키는 건 아니다”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행정소송 등으로 사업권을 지켜내겠다고 다짐한다.

이 문제가 법정으로까지 갈 경우 국책사업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법정 투쟁을 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법정으로까지 갈지, 법정으로 가면 누구 손이 올라갈지 알 수 없으나, 그리 된다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기자는 앞서도 말했듯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정부 편에 서야 하는지, 이에 반대하는 경남도 편에 서야 하는지 아직도 판단을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경남도가 이번 분쟁에 대처함에 있어 논리적으로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당선 후 여러 차례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낙동강 사업 중 경남도 구간의 사업이 유난히 지지부진한 게 사실이다. 제3자가 봤을 때, 경남도의 주장과는 달리, 고의로 사업을 지연시킨 정황이 농후하다. 그래 놓고 정부가 사업권을 회수하겠다니까 못 내놓겠다고 하는 건, 사업권을 갖고 있으면서 사업은 못 하겠다는 억지가 아닐 수 없다. 권리는 가지되 거기에 수반되는 의무는 이행하지 않겠다는 배짱인 것이다.

경남도가 말하듯 정부의 이번 사업권 회수 조치가 협약 해제 조건인 ‘천재지변’ ‘전쟁’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를 충족시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사회 협약(계약)에는 이러한 명문 규정 외에 협약 당사자들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수반된다. 경남도는 이 기본적인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사리가 이러할진대, 경남도는 입장을 분명히 정리하여 다음 중 양자택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그동안 여러 차례 밝힌 대로 4대강 사업에 끝내 반대할 경우다. 이때는 사업권을 못 내놓겠다고 소송할 일이 아니다. 사업권을 반납하고 다른 방법으로 사업 저지 투쟁을 하는 게 떳떳하다. 다음, 만일 정부의 사업권 회수 발표 이후의 말대로, 사업을 고의로 지연시키지 않았으며 끝까지 사업권을 지키겠다는 입장일 경우다. 이때도 소송할 일이 아니다. 소송 대신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협약의 한 당사자로 의무를 다할 것을 약속하고 그 약속을 이행하면 된다. 즉 낙동강 사업 중 경남도 구간 공사를 서둘러 진행하면 된다. 이쪽 눈치 저쪽 눈치 다 살펴가며 사업에는 반대하지만 사업권은 갖고 있겠다는 것은 반칙이다.

공사 진행 의지를 보여라

타당성 여부에 대한 기자의 판단을 논외로 한다면, 4대강 살리기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사업권을 회수키로 한 결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정부도 경남도의 사업 추진 의사가 확인될 경우 그쪽이 제시하는 보완책 중 합리적인 것은 수용하여 경남도가 사업을 계속토록 설득하는 게 옳다. 법정으로 갈 경우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고, 이는 결국 국론분열 심화와 국민의 혈세 낭비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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