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갑옷 입은 아르마딜로 기사의 사진

동물원에는 독특한 모습을 가진 동물이 많다. 개미핥기나 나무늘보처럼 중남미 지역에 사는 동물들이 특히 그렇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아르마딜로도 생긴 모습으로 보나 습성으로 보나 눈에 띄는 동물이다.

아르마딜로는 배와 다리 안쪽을 제외한 몸 전체를 뼈처럼 단단한 비늘이 감싸고, 털이 성기게 나 있어 포유동물이라기보다는 쥐며느리를 수천배 키워놓은 것같이 생겼다.

아르마딜로라는 이름도 남미에 처음 발을 디뎠던 스페인 정복자들이 아르마딜로의 비늘을 보고 갑옷을 입은 것 같다는 뜻의 스페인어를 붙여준 것이다. 아르마딜로의 갑옷은 포식자의 공격을 막아내는 보호막일 뿐 아니라 가시 많은 풀숲을 지날 때 몸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해준다. 대신 유연성이 떨어지는 갑옷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에 주름을 주고 주름 사이를 탄력성 있는 피부로 연결했다.

아르마딜로는 굴착 솜씨도 수준급이어서 순식간에 땅굴을 파고 눈앞에서 사라진다. 동물원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아르마딜로가 동물원에 들어온 적이 있다. 첫날 전시장 안에 풀어놓자마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탐색을 하고 먹이도 잘 먹어 무사히 적응한 듯 보였는데 다음날 아침에 가 보니 한 마리도 남지 않고 모두 사라져 버렸다.

당황한 나는 전시장 틈새로 도망치지 않았나 싶어 이리저리 살펴보고 건물 전체를 다 뒤졌지만 아르마딜로는 끝내 찾을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다시 전시장으로 돌아와 땅바닥을 파봤더니 그곳에서 녀석들이 나오는 게 아닌가. 동물원 새내기를 감쪽같이 속이고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게 했던 것은 아르마딜로가 강력한 앞발로 땅을 잘 파고 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르마딜로는 다른 포유류보다 산소 소비를 낮출 수 있어 숨을 6분 이상 참을 수 있다. 그 덕분에 건조한 땅을 팔 때는 숨을 멈춰 땅을 팔 때 생기는 먼지를 들이마시지 않아도 된다.

단단한 비늘로 무장하고 있어도 아르마딜로의 생존율은 높지 못하다. 어릴 때는 등갑의 비늘이 충분히 단단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어른이 돼서도 도망가는 대신 단단한 갑옷 속으로 몸을 말아 땅에 딱 붙이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퓨마 재규어 같은 포식자라면 충분한 방어가 됐을 테지만 사람에게는 더 손쉬운 먹잇감일 뿐이다.

아홉띠아르마딜로는 척추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다배생식을 한다. 암컷의 수정난이 여러 개의 태아로 분열되어서 한배 새끼들이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게 되는데 이점 때문에 아홉띠아르마딜로는 현대 분자유전기술을 확립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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