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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후원금 떳떳하십니까?… 18대 국회, 2008∼ 2009년 후원금 내역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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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규제는 크게 두 가지다.

①단체나 법인은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줄 수 없다. 개인만 할 수 있다. 의원 1인당 500만원까지, 후원자 1인당 2000만원까지 가능하다.

②청탁 목적의 후원금은 안 된다.

검찰이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입법로비 사건’에서 청원경찰 세 명을 기소한 건 이 두 가지 규정을 어겼다는 판단에서다. 회원 개인 명의로 10만원씩 ‘쪼개서’ 줬지만 사실상 청목회라는 단체가 후원한 것이고, 그러면서 입법을 청탁해 대가성이 있다는 이유다.

검찰이 청원경찰에게 들이댄 잣대로 2년간(2008∼2009년) 18대 국회의원 299명에게 입금된 후원금을 살펴봤다. 정보공개를 청구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은 ‘고액 후원금 기부자’ 명단에는 연간 300만원 초과 후원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직업, 전화번호, 후원일자, 금액이 적혀 있었다. 후원내역은 2008년 3719건, 2009년 2033건이다.

쪼개기일까 아닐까

지난해 12월 14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리현동에 사는 60세 김○○씨는 지역구 의원인 한나라당 백성운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같은 날 같은 주소에 사는 67세 김△△, 55세 김□□씨도 백 의원 후원회에 각각 500만원을 기부했다.

‘같은 주소에 거주하는 복수의 사람이 특정 의원에게 후원하기’는 고액 후원자 명단에서 여러 차례 발견됐다. 가족 모두 한 의원의 팬이거나, 가족 이름을 빌려 한 사람이 납부했거나, 둘 중 하나다.

후자라면 개인 후원금 상한선 500만원 규제를 피하기 위한 ‘쪼개기’ 후원으로 불법이다. 정치자금법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한다. 준 사람, 받은 사람 모두 처벌 대상이다.

지난해 국회의원 18명의 후원내역에서 21차례 이런 사례가 발견됐다. 한나라당 백성운·손범규(2회) 유승민 남경필(2회) 정양석 홍정욱 이혜훈(2회) 김태원 서종표 홍일표 김영우 안형환, 민주당 전병헌 원혜영 변재일, 자유선진당 이진삼, 진보신당 조승수, 무소속 송훈석 의원 등이다. 2008년에도 국회의원 46명의 후원내역에서 49차례 같은 경우가 나왔다.

지난해 4월, 서울 평창동에 사는 39세 김○○씨는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에게 후원금 500만원을 기부했다. 같은 날 같은 주소에 사는 46세 석○○씨도 윤 의원에게 500만원을 줬다. 둘은 주소뿐 아니라 후원자 명단에 기재한 휴대전화 번호까지 같았다.

이런 경우 동일인이라는 의심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2008년 한나라당 정양석, 주호영 의원 후원내역에서도 휴대전화 번호까지 동일한 경우가 있었다.

대가성 있을까 없을까

55세 김○○씨는 2009년 8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에게 100만원씩 네 차례 총 400만원을 후원했다. 김씨는 고양시 덕은 도시개발사업지구에 꾸려진 대덕4통 대책위원회 위원장이다. 김태원 의원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사업이다.

덕은지구 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08년 2월부터 본격 추진했다. 같은 해 11월까지 공청회가 세 차례 열렸다. 김씨가 후원금을 낸 시점은 개발 방식을 둘러싸고 공사와 주민들 간 협의가 진행되던 때였다. 김씨가 이끄는 대책위는 공사 측에 사업 방식 수정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들은 2008년 7월쯤 포털사이트 다음에 카페를 만들었다. 회비도 걷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개발과 관련해 주민들이 의원실에 도움을 요청하곤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후원금 납부 때 직업란에 ‘그린벨트대책위’라고 명기했다. 김 의원 후원회 관계자는 “김씨는 의원님의 대학교 후배라 후원금을 낸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의 시·군·구 의원에게서도 후원금을 받았다. 국회의원은 통상 지방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난해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은 지역구 시의원 두 명에게 500만원씩 후원금을 받았다. 같은 당 진성호 의원은 구의원(500만원)에게, 최구식·최병국 의원은 시의원(500만원)에게, 박대해 의원은 구의원 2명(각 400·500만원씩)과 구청장(440만원)에게, 정갑윤 의원은 구청장(360만원)에게 후원받았다.

지방의원들 후원이 가장 많이 답지한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다. 공 의원은 2008년 시의원에게 350만원을 받았고 구의원 3명에게 각각 330만∼400만원, 또 다른 시의원에게 500만원을 받았다. 한나라당 현경병 정미경 손범규 차명진 김기현 의원도 시·도 의원에게 400만∼500만원 후원금을 받았다.

국회의원이 소속된 국회 상임위원회 관련 기관 종사자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 한나라당 간사이던 지난해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인 한국투자공사의 감사로부터 9차례에 걸쳐 총 350만원을 받았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이던 지난해 3월과 11월 두 차례 지역 건설업체 K사 대표로부터 모두 400만원을 후원받았다. K사는 유 장관 지역구인 경기도 김포 풍무지구 도시개발사업 조합원이면서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시행사다. 후원금을 낼 당시엔 사업실시계획을 인가받기 위한 절차를 밟는 중이었다. 이 밖에 김포의 하수처리시설 업체와 다른 건설업체도 유 장관에게 500만원씩 후원했다.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당 이시종 의원도 골프장 대표, 레미콘 회사 대표에게 500만원씩을, 민주당 조정식 의원 역시 건설 폐기물 처리업체 대표에게 500만원을 받고 이 대표와 같은 주소지에 사는 주부로부터 따로 500만원을 받았다.

교육과학기술위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동아인재대학 총장에게 500만원을, 같은 위원회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상지학원 설립자에게 500만원을 받았다.

정치자금 어떡할 건가

검찰이 청원경찰에게 들이댄 잣대로 보면 고액 후원자 명단은 무수한 의혹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를 모두 뒤져 수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이참에 정치자금법을 손보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논의는 ‘대가성 완화’로 집중되고 있다. ‘정치자금은 당연히 대가성을 띤다, 누가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 없이 돈을 주겠나, 그러니 대가성을 이유로 처벌할 수 없게 하자’는 얘기다.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 작업에 참여했던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국회의원의 주요 임무가 입법과 예산 배정인데 이건 아주 중요한 정치행위다. 거기에 영향을 미치려고 후원금을 내는 것이다. 당연히 포괄적 대가성이 있다. 노동자들이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후원금 낼 땐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법을 기대하고 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대가성은 따지지 말되 ①후원금액 한도를 제한하고 ②후원한 사람은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은 1회 10만원 이하, 연간 120만원 이하 후원금은 익명으로 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만 개인정보를 공개한다. 이 경우도 인터넷을 이용한 상시 공개가 아니라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한 이들에게만 보여준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10만원 초과 후원금은 인터넷에 상시 공개해야 한다. 회사가 사원들을 동원해 ‘쪼개기’ 후원을 못하게 기부자의 소속 회사와 기관도 반드시 밝히도록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단체나 법인도 연간 120만원 이하의 소액은 후원할 수 있게 하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반대 의견이 강했다. 김기식 위원장은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가 주인인데, 주주마다 정치 성향이 다르다. 회사 돈으로 정치자금 내는 건 안 된다. 미국처럼 제한적인 방식으로 단체의 기부를 검토해볼 순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기업이나 노동조합 등 이익단체들이 특정 정치인을 지원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정치활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라고 부른다. 정치활동위원회는 조직원들로부터 돈을 모아 각 정치인에게 5000달러까지 기부할 수 있다. 누가 위원회에 기부했고, 위원회는 어디에 돈을 냈는지 투명하게 공개한다.

‘후원금 실명제’ 강화해야

하지만 공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현재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후원금센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특정 의원을 지정해 후원금을 낼 수 있다. 실명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고 전화번호·주소·직업 등 개인정보도 입력해야 한다.

국회의원 후원회에 직접 납부할 수도 있다. 1회 12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한해 신용카드·계좌이체 등 실명이 확인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한 국회의원 후원회 관계자는 “보통 계좌이체로 돈을 낸 뒤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영수증을 끊어간다. 이때 실명확인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분을 속이려 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차명을 사용해도 가려낼 방법이 없다. 직장·전화번호·주소 등 다른 개인정보도 마찬가지다. 그냥 ‘회사원’이라고 써도, 거짓으로 기록해도 알 도리가 없다. 지난해 후원자의 3분의 1 이상이 직업을 ‘회사원’ ‘자영업’으로만 기재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본인이 적어내는 걸 믿는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후원회에서 그걸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것 외엔 대안이 없어 보인다. 김기식 위원장은 “차명 후원금은 개별 의원 후원회가 밝혀내기 힘들다. 다만 차명까지 동원해 한도 이상 기부하는 자는 당연히 의원 측에 알렸을 것으로 본다. 의원도 알고 받는 거다. 적발될 때 엄하게 처벌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후원금, 소액 다수의 힘

지난해 후원금을 가장 많이 받은 국회의원은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다. 2억2135만원. 하지만 ‘후원금 스타’는 의외로 민주노동당에 많았다. 민노당은 권영길 의원이 2억364만원으로 박 의원에 이어 후원금 순위 2위에 올랐고, 홍희덕(3위·1억9951억원), 강기갑(7위·1억8705억원), 이정희(9위·1억8080만원) 등 소속 의원 5명 중 4명이 톱10에 포진했다. 민노당 후원자 1인당 평균 후원액은 4만∼9만원이었다. 연간 300만원이 넘어선 고액 기부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소액 다수 후원의 힘을 보여준 셈이다.

정당별 의원 1인당 후원금 모금액 평균은 민노당이 1억8755만원으로 가장 많고, 진보신당 1억4950만원, 한나라당 1억4344만원, 민주당 1억3844만원, 자유선진당 1억2931만원, 창조한국당 9265만원 순이었다. 무소속은 1억2234만원이었다.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금은 모두 411억6719만원으로 199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8년에 18대 총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선거가 있는 해엔 의원 1인당 3억원까지, 없는 해에는 1억5000만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불가피하게 이 한도를 초과하면 다음해로 넘기게 된다. 2008년 선거를 치르느라 의원 대부분이 한도액 넘게 후원금을 모아 지난해엔 모금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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