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서정우] 돌아오지 않는 다람쥐 기사의 사진

“연세동산 청송대는 사색과 휴식의 공간. 그러나 지금 그곳은 한없이 쓸쓸하다”

연세동산에는 청송대(聽松臺)라는 아름다운 공원이 있다. 학교가 학생들로 하여금 소나무 소리를 듣게 하기 위해서 꾸민 의미 있는 공간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러나 청송대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다.

그 공간에서 교수와 학생은 학문을 이야기하고, 학생들은 청춘과 낭만을 이야기하고, 연인들은 사랑과 미래를 이야기한다. 그곳에는 소나무와 도토리나무들이 울창하고, 물이 흐르는 조그마한 개천도 있고, 곳곳에 벤치와 테이블이 놓여 있어 사색의 공간, 휴식의 공간, 대화의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언제부터인가 청송대의 명물인 다람쥐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아무리 연세동산을 둘러보아도 다람쥐를 찾아볼 수가 없다. 청송대의 명물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다람쥐 종류는 회색다람쥐, 하늘다람쥐, 줄무늬다람쥐 등 다양하지만 청송대의 명물은 아무래도 줄무늬다람쥐이다. 붉은 빛을 띤 갈색바탕에 다섯줄의 검은 선이 선명하고 배 쪽은 하얀색이어서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꼬리를 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나는 지금까지 다람쥐 눈동자만큼 맑고, 깨끗하고, 순진한 눈동자를 본 적이 없다.

늦은 가을 나는 청송대 벤치에 앉아 다람쥐가 사라진 이유들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첫 번째 이유는 도토리의 부족이다. 도토리는 다람쥐의 가장 중요한 먹이이다. 청송대에는 도토리나무가 무성하기 때문에 도토리는 충분하다. 문제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도토리묵을 해먹기 위해 떼를 지어 와서 도토리를 한 알도 남기지 않고 거두어가기 때문이다.

다람쥐는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이나 이른 봄 먹이가 부족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 도토리를 바위 밑이나 구석진 곳에 숨겨 저장해둔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이렇게 숨겨진 도토리까지 모두 훑어서 가져간다. 나도 말리고 학생들도 말리지만 그들은 막무가내다. 정말 슬픈 이야기이다.

두 번째 이유는 최루탄 가스이다. 연세대는 어려웠던 시절 민주화 투쟁의 메카였다. 하루 걸러 투쟁데모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아 데모를 해산하곤 했다. 학교교정과 청송대는 최루가루로 뒤범벅이 되어 몸살을 크게 앓았다.

최루가스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해롭기 짝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루탄 가스는 독하기로 유명하다. 건강한 사람에게도 해로운 가스라면 연약한 다람쥐에게는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세 번째 이유는 꽹과리와 북소리이다. 학생들은 방과 후 과외활동의 일환으로 전통음악과 춤을 청송대에서 실습한다. 우리나라 전통음악과 춤에 꽹과리와 북은 필수적 장치이다. 다람쥐가 서식하는 청송대에서 매일같이 꽹과리소리와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데모할 때에는 말할 것도 없다. 전문가에 의하면, 꽹과리 소리와 북소리는 연약한 다람쥐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소음이 된다고 한다. 다람쥐가 계속해서 이러한 소음에 노출되면 성장과 번식에 엄청난 장애를 받는다는 것이다. 다람쥐의 청각 능력은 사람의 청각 능력에 비해 대단히 낮은 수준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네 번째 이유는 들고양이다. 들고양이는 번식력이 좋아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들고양이의 주된 먹이는 들쥐, 다람쥐, 비둘기 등이다. 나는 청송대를 산책하면서 들고양이가 비둘기를 잡아먹는 광경을 자주 본다. 다람쥐는 들고양이의 쉬운 먹잇감이 된다. 들고양이에게 잡혀 먹히는 다람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다섯 번째 이유는 자동차의 소음과 공해이다. 자동차 길이 청송대와 안산을 가로질러서 나와 있고, 그 길로 수만 대의 차량이 통과하면서 그 소음과 공해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다람쥐가 사라진 청송대는 한없이 쓸쓸하다. 더 늦기 전에 다람쥐를 사랑하는 모임(다사모)이라도 만들어서 다람쥐도 살리고 청송대도 살려야겠다.

낙엽이 떨어지는 늦은 가을, 나는 돌아오지 않는 다람쥐를 생각하면서 오늘도 청송대를 걷고 있다.

서정우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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