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장관 경질만으로 부족하다 기사의 사진

기자가 특종거리를 취재했을 때, 그 흥분을 기자가 아닌 사람에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다른 기자가 이를 알면 어쩌나 가슴 졸이면서 이걸 언제 기사화해야 파급효과가 가장 클까를 잰다. 그러다가 다른 기자가 이를 먼저 써버렸을 때 그 허탈함이란….

칼럼을 쓰는 처지도 다르지 않다. 고민 끝에 좋은 칼럼 주제가 떠올랐는데 다른 칼럼니스트가 같은 주제의 글을 먼저 써버렸을 땐 적잖이 허전하다. 또 어떤 문제가 생겨 기자 나름의 대응책을 제안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중에 당사자들이 기자의 구상대로 했을 때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천안함 때 조치했어야

국방장관이 경질되면서 떠오른 싱거운 단상이다. 기자는 지난 3월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 김태영 장관이 경질됐어야 했다고 생각해 왔다. 우리 영해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초계함이 격침돼 생때같은 우리 해군 46명이 전사하는 아픔과 수모를 겪었으면 개인적인 잘잘못을 떠나 국방 장관에게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 더군다나 그때는 초기 대응 부실, 말 바꾸기에 따른 진실 은폐 의혹 등 우리 군의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됐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그 상황에서 국방장관을 문책하는 것이 우리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북한군을 고무하는 역효과를 낼까 우려했다. 그러나 그때 단호히 책임을 물었어야 우리 군의 기강이 서고 북한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섣부른 짓을 삼갔을 것이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맞고 들어오면 우리 아이를 야단쳐야 우리 아이가 강인해지고 다른 아이도 함부로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천안함 사건이 그렇게 넘어가면서 헬기와 정찰기 추락, 고속단정 전복 등 우리 육·해·공군에서 돌아가며 사고들이 잇달았다. 기강이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졌음이다. 그러고는 기어이 연평도가 북한군의 포격을 받아 폐허가 되고 말았다.

북한의 도발엔 백배 천배 응징하겠다고 다짐해온 우리 군이 연평도 피격 때 취한 대응은 슬픈 희극이다. 군은 포격 중인 북한군을 향해 “도발을 중지하라. 추가 도발하면 강력 응징하겠다”고 경고방송을 했다. 도대체 포격 중인 적에게 도발을 중지하란다면 그 말에 따를 것으로 생각했는지, 또 추가 도발하면 응징하겠다고 했는데 추가 도발만 않으면 응징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는지? 더 가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라면서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말이었다. 확전을 두려워하면서 무슨 재주로 단호히 대응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대응사격에 나선 우리 군의 K-9 자주포 6문 중 절반은 고장이 나 있었고 북한군의 포가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른 채 사격을 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믿음을

기자는 천안함 사건 때 국방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칼럼으로 쓸 타이밍을 놓쳤다. 물론 기자가 썼다 해서 그리 될 일은 아니었을 게다. 또 국방장관이 바뀌고 안보태세가 강화됐다 해서 연평도 피격이 없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안보태세가 철통 같았던 박정희 대통령 때도 북한은 무장공비들로 청와대 습격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기자가 그걸 미리 못 쓴 게 아쉬운 게 사실이고, 국방장관이 교체됐더라면 군의 기강이 강화돼 연평도가 공격을 받았더라도 좀 더 단호하게 응징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국방장관의 경질은 만시지탄이나마 적절한 조치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안 된다. 차제에 정부의 안보 라인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여 인적 개편 등 안보태세를 재정비해야 한다. 특히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그 선봉에 서서 국가보위라는 헌법상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결연한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야 한다. “10년의 좌파 정권이 안보불감증을 키웠다”고 핑계댈 일이 아니다. 그러기엔 보수 정권 2년9개월이 너무 길다.

기자는 대북 포용정책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그러나 북한의 망나니 행동까지 포용하자는 입장은 아니다. 긴장 완화 정책을 추구하되 북한이 못할 짓이 없는 집단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도발엔 몇 배 무거운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그들에게 일깨워줘야 한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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