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한호] 연평도 포격 이후 어찌 대응해야 하나 기사의 사진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2명의 군인과 2명의 민간인이 전사·사망하고 군 시설과 수많은 민간 가옥이 파괴됐다. 국민은 북한의 무도하고 비인도적인 침략 행위에 분노하면서도 군과 정부의 대응조치에 실망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3%가 정부와 군의 대응에 불만을 느끼고 있으며 70.6%는 추가 도발 시에는 교전규칙을 넘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런 민심 때문인지 군, 정부 그리고 국회가 후속대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국회에서는 내년 국방예산에 7000여억원을 추가 편성하고 이 중 3000여억원은 서해 5개 도서 전력증강에 투입하겠다고 한다. 국방부도 당장 자주포 추가 배치를 비롯한 화력 증강 조치를 취했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또 다른 지역 도발에도 대비를

하지만 우리가 목전의 사태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닌지 짚어 봐야 한다. 손자병법에 ‘공기불비 출기불의(攻其不備 出其不意·적의 방비가 없는 곳을 공격하고 적이 생각하지 못하는 곳으로 진출한다)’라고 했다. 북이 연평도에 포격을 감행했다 해서 그곳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현명한 조치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도서지역의 지형과 전략적 위치 등을 고려, 합리적인 전력 배치가 이뤄져야 하며 또 다른 지역에서 다른 형태로 있을 수 있는 도발에도 대비해야 한다.

교전규칙도 보강해야 한다. 교전규칙은 일선 전투요원이나 지휘관들에게 적의 도발행위에 대해 상부의 별도 지시 없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사전에 하달된 지침이다. 교전규칙은 양면성을 갖는다. 너무 세부적이고 제한이 많으면 군사적 행동이 제약되고 임무 능력이 감소된다. 반면 너무 개괄적이고 융통성이 많으면 군사적 행동이 쉽게 허용되고 과도한 조치로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교전규칙은 이러한 양면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강경 일변도로 치우칠 일은 아니다. 국방 당국자들이 밝히고 있는 교전규칙 보완 방향을 보면 기존의 동종동량(同種同量) 무기사용 원칙에서 적의 위협과 피해규모를 기준으로 응징규모를 결정하며, 현장 지휘관의 재량을 대폭 강화하여 제대별 책임과 권한에 부합한 적시적 대응이 보장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 같은 일이 또 벌어진다면 해·공군 전력도 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말도 들린다.

기존 교전규칙은 1953년 정전협정을 근거로 불필요한 긴장 조성이나 확전 방지에 무게를 두고 만든 것이므로 재정비·보완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교전규칙의 근본 취지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교전규칙은 일선 지휘관이 별도의 지시가 없이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침을 주는 것이지 현장 지휘관이 적의 위협과 피해 규모를 판단하고 응징까지 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선 현장에서는 판단 자체가 어렵고 또 응징할 만한 전력이 항상 그곳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상이나 해상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공군력 투입까지 교전규칙에 정한다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지상이나 해상 상황에 전투기를 투입하려면 당연히 합참의 조정 통제가 필요할 것인데 합참의 전술조치 사항을 교전규칙으로 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북의 무모한 도발을 어떻게 응징할 것인가?

교전규칙 근본취지 살려야

일단 교전규칙은 일선 부대 지휘관의 교전 지침으로 적 도발 시 즉각 대응하여 적대행위를 중단시키고 도발의 실체를 격파하도록 허용하는 수준까지가 적절하다. 그 이상의 응징·보복은 상급 사령부나 합참에서 정보판단, 전력분석 등 종합적인 상황판단에 따라 전개해야 맞다. 이를 위해 5개 도서를 포함한 서해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도발 양상들을 설정하고 각 상황마다 어떤 전력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적용해야 한다. 서해지역에 대한 전력 증강 문제도 그 작전 소요에 근거하여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