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이야기] 왕눈을 가진 안경원숭이 기사의 사진

필리핀 세부의 주요 관광코스 중 하나가 인근 보울섬에 있는 안경원숭이를 보는 일이다. 안경원숭이는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 지역에서 살며, 몸 길이는 약 12㎝, 몸무게는 120g 정도로 어른 주먹 정도 몸집밖에 안 되는데도 뇌의 크기보다 한쪽 안구 크기가 더 커서 안경원숭이라고 부른다.

안경원숭이의 눈이 커진 것은 오랜 옛날 낮에 생활하던 조상이 밤의 동물로 변하면서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늘리기 위해 눈 크기를 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에서 눈이 차지하는 비율이 포유동물 가운데 가장 크다. 사람 정도의 몸을 가졌다면 눈은 커다란 사과만큼 커져야 한다.

안경원숭이는 커다란 눈을 가졌지만 눈동자를 돌릴 수는 없다. 대신 머리 전체를 좌우로 180도씩 돌려 360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소리가 나면 먼저 얇게 펴진 커다란 귀를 이용해 작은 소리도 잡아낼 수 있다. 양쪽 귀는 각각 따로 움직일 수 있어서 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기 전에 먼저 귀를 움직여 상대의 위치를 파악한다.

안경원숭이의 영어표기 ‘tarsier’는 발목뼈를 부르는 이름에서 온 것인데 뒷발이 몸길이의 2배나 된다. 안경원숭이는 긴 뒷발을 이용해 나무와 나무 사이를 3m까지 수평으로 뛰고, 0.5m 이상 높이를 뛰어 넘는다. 챔피언급인 뜀뛰기 솜씨로 주로 벌레를 잡아먹지만 간혹 새나 파충류도 사냥한다.

낮 동안은 나뭇가지 속에 몸을 숨기고 잠을 자다가 새벽녘이나 해질 무렵 벌레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사냥을 시작한다. 먹잇감이 지나가면 긴 뒷발의 탄력으로 총알처럼 뛰어오르면서 먹이를 낚아채는데 이때 커다란 눈으로 먹잇감까지의 거리를 파악해 착지 지점을 계산하고 꼬리로 몸의 균형을 잡으면서 손가락 끝이 넓적한 손으로 반대편 나뭇가지를 단단히 붙잡는다.

독뱀도 잡아먹는다. 독뱀들은 천천히 움직이지만 사람도 죽일 만큼 치명적인 신경독을 가지고 있어서 한 번 물리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경원숭이의 독뱀 사냥 기법은 몸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본능이다. 새를 잡을 때는 옆을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몸을 뻗으면서 손으로 낚아채 같이 땅으로 떨어지면서 포획한다.

안경원숭이는 커다란 새끼를 낳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80일의 임신기간이 지나면 어미 몸집의 4분의 1이나 되는 새끼가 태어난다. 새끼는 태어날 때부터 눈을 뜨고 몸에 털이 나 있고 하루가 지나면 스스로 어미에게 기어오를 수 있다. 필리핀 안경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들과 달리 위험이 있으면 새끼를 입으로 물어서 데려간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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