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발견] 일상의 위대함 기사의 사진

연평도 주민 박묘근(70)씨가 심어놓은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인천의 찜질방에 머물다 밭에서 시들어가는 배추 생각에 다시 섬에 들어왔다. 그는 늦은 김장을 할 것이다. 김장은 겨울의 끼니를 준비하는 것이다. 김장은 평화로운 일상을 전제로 한다.

일상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일상의 소중한 가치는 파괴됐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낮에 일하고 밤에 잠자는 평온이 얼마나 값진지 이제 알겠다. 땅에서 리어카 끌고, 바다에서 그물질하고, 집에서 드라마 즐기는 삶은 축복이다. 농사 짓고 가축 기르는 노동 또한 경건하다. 개를 굶기거나 배추가 썩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사람-동물-식물의 관계가 깨지면 재앙이다.

연평도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매캐한 화약 냄새가 아직 걷히지 않았다.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우리는 소원한다. 연평도에 다시 청명한 하늘이 열리고, 생선의 비린내가 진동하기를. 사람들의 왁자한 웃음소리로 섬이 마구 소란스러워 지기를.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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