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엄상익] 어느 훌륭한 군인 기사의 사진

“사단장은 적이 한 발 쏘면 백 발을 쏘라고 했다. 평화는 강한 응징에서 나온다며”

일본 나가사키현의 산속을 달리던 버스 안에서였다. 운전석 옆에 달린 텔레비전에서 뉴스 속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연평도를 배경으로 일본인 아나운서가 남북의 교전상황을 중계방송하듯 흥분한 어조로 외치고 있었다. ‘한 대 맞고 말지’ 하다가 또 맞은 것 같았다. 일 때문에 함께 탔던 한국인들은 긴장은 했지만 패배의식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도 없는 것 같았다. 더 이상 가만있으면 북한의 도발도 버릇이 된다는 의견이었다. 평범한 노인들조차 북한은 더 이상 전면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60년대를 떠올리면 엄청난 의식의 변화였다. 당시 사람들은 북한군의 탱크가 임진강의 얼어붙은 얼음을 타고 남침해 올 거라는 공포에 떨었었다. 이민을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기회에 모든 전력을 집결해 응징해야 한다고 했다.

도둑을 곱게 보내면 또다시 오게 되어 있었다. 강도 앞에서 주인이 주저하면 손에 든 몽둥이도 무용지물이다. 천안함 사태를 겪으면서도 반복은 없을 것으로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대통령도 총리도 여당대표도 국정원장도 군대 경험이 없는 분이라고 들었다. 그들이 과연 적의 해안포를 전투기의 미사일로 정밀타격을 명령할 용기가 있었을까.

북한은 미국만 없다면 당장 남한을 휩쓸어 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남측 지도자들이 안보보다 정치적 여론에 더 민감하고 권력욕에 그들의 폭력성을 자신의 집권에 이용한 지도자가 있다는 소리도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의 포격에는 대북정책을 바꾸어 지원을 확실하게 하라는 메시지도 들어 있다는 해석이 있다. 다음 수순은 테러일 것이다. 이미 오래전 북은 대통령 암살부대를 보냈었다. 울진 삼척으로 특수부대를 침투시키기도 했었다. 얼마 전 황장엽 암살조가 국내에 침투해 들어오기도 했었다. 애국심을 가진 훌륭한 군인들이 두각을 나타내야 할 때다.

30여년 전 중부전선의 최전방에서 장교생활을 하던 시절이었다. 사단장이던 한철수 장군은 내게 철책선 안으로 들어가 병사들의 마음을 살피라고 명령했었다. 장교가 병사들과 고통을 같이하고 훈련을 실전보다 더 혹독하게 해야 전투력이 제대로 나온다고 그는 가르쳤다. 영하 20도의 칼바람 부는 DMZ 지역을 한밤중에 걸었었다. 아군 GP보다 적의 초소가 훨씬 더 가까웠다. 발목지뢰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얼어붙은 공기에 얼굴은 바늘에 찔리는 느낌이었다. 북측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끊임없이 그럴듯한 정치선전이 흘러나왔다.

그 방송을 들으면서 왜 그곳에 있는가를 생각했었다. 최전방에 끌려온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자유롭고 싶었다. 독자적인 존재로서 내 색깔대로 살고 싶었다. 북한 방송처럼 당에서 요구하는 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 인형이 되기 싫었다. 당이라고 하지만 실체는 김일성 부자였다. 조지오웰이 쓴 ‘동물농장’이 떠올랐다. 돼지 한 마리를 잘 먹고 잘살게 하기 위해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당하는 세상이었다.

장교시절 내가 허리에 차고 있는 45구경 권총은 자살용이기도 했다. 붉은 빛이 나는 둥근 실탄을 장전하면서 부득이한 상황이 닥치면 그걸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길 각오를 다졌었다. 비무장지대의 갈대밭에 서서히 동이 트면서 북한군 초소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올랐었다. 뭘 잘못했는지 북한군 병사 한 명이 엎드려뻗쳐 기합을 받고 있기도 했다. 그게 짙은 어둠 속에서 내가 무서워하던 적의 정체였다.

이따금씩 북쪽에서 총알이 날아들었다. 사단장은 적이 한발을 쏘면 즉시 발칸포로 백발을 쏴버리라고 했다. 보고는 나중이었다. 사단장은 평화는 그런 강한 응징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는 훌륭한 군인이었다. 그때 우리 군의 자세는 강력했었다. 북측이 까불면 철조망을 뚫고 우리의 특공대가 적진 깊숙이 들어가서 인민군 사단장의 목숨을 노리기도 했다. 적의 진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돌아온 적도 있었다. 그런 군인들의 강한 정신력으로 우리의 자유는 지켜져 왔다. 다시 도발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명령을 군은 명심해야 한다.

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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