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장관 경질만으론 부족하다 Ⅱ 기사의 사진

중구난방(衆口難防). 사전에는 “막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이 제멋대로 지껄임”이라고 풀이돼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원래 민주주의적 사고(思考)에 어원을 두고 있다. 뭇 사람의 입, 즉 백성의 언로를 막기가 흐르는 물을 막기보다도 어렵다는 중국의 고사(十八史略)에서 유래한다.

연평도 사태 이후 우리 정부 당국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중구난방이라는 게 이들을 두고 생긴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본디 의미에서도 그렇고, 바뀐 의미에서도 그렇다. 당국자들이 자신의 위치도 망각한 채 할 말 못할 말 다 할 만큼 언로가 열렸다는 면에서 보면 본디 의미의 중구난방이다. 또 당국자들이 절로 터진 입이라고 제멋대로 떠들어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면에서 보면 바뀐 의미의 중구난방이다.

안보라인 왜들 이러시나

국정원의 국회 보고를 놓고 국정원, 청와대, 국방부가 진실 게임을 하는 게 그 대표적 예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지난주 국회 정보위에서 지난 8월 감청을 통해 서해 5도에 대한 북한의 대규모 공격 계획을 인지했으며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군에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보도되자 청와대와 군이 발끈하고 나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인 보고서의 어디에 한 줄 그런 내용이 들어 있는지 모르겠으나 유의미한 보고는 없었다”며 “정말로 중요한 정보였다면 국정원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설사 그런 보고를 했다 해도 대통령을 모시는 처지에서 그럴 수 있느냐”며 “결국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도 이를 간과했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합동참모본부도 국정원이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전 첩보를 입수해 전달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정면 반박했다.

포격을 당한 우리 군의 대응 사격 정확도를 놓고도 관계 당국자 간의 논란이 가관이다. 국정원 측은 국회 정보위에서 우리의 대응 사격을 받은 북 개머리 해안진지와 무도 진지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이를 본 국회 정보위원들은 우리 군의 포격 실력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합참은 우리 군이 목표 지점을 정확히 타격했다며, 군사용이어서 공개할 순 없지만 이를 입증할 위성사진도 있다고 주장했다. 중구난방은 이뿐이 아니다. 연평도 피격 직후엔 대통령이 “단호히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말을 실제로 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국가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청와대와 국정원과 국방부가 진실게임을 하고, 대변인이 전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진위공방이 벌어지는 나라가 또 있을까. 이 정도면 중구난방이라는 기자의 주장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중구난방의 주체가 시정의 갑남을녀들이 아니라 안보 최고위 당국자들이라는 점이다.

시거든 떫지나 말지

입만 열면 평양의 개미 새끼 움직임도 포착할 수 있고, 북한이 도발하면 초전에 박살내겠다고 장담하던 우리 정보기관과 군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로 그 한계를 드러냈다. 국민들의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까지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했다. 시거든 떫지나 말랬는데, 이러한 마당에 관계 기관들은 서로 “네 탓이오”만 외치며 책임 전가에 급급한 모습이다.

기자는 지난주 이 난에서 연평도 사태와 관련하여 국방장관의 경질만으론 부족하고 대통령의 결연한 모습과 정보를 포함한 안보라인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우리의 안보 태세가 강화될 뿐 아니라 북한도 섣부른 짓을 못할 것이라는 취지였다. 이 중 대통령의 결연한 모습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표현됐으나, 안보라인의 재정비는 미뤄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보라인의 허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위키리크스에 의해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언급과 엉터리 분석들이 폭로되면서 청와대는 물론이고 관계부처 등의 안보라인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결단은 타이밍이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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