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48) 정성을 다해 섬기건만 기사의 사진

자로는 공자의 제자다. 그는 명아주잎과 콩잎으로 끼니를 때웠다. 쌀이 생기면 백리 먼 길을 걸어 부모를 찾았다. 따스운 밥을 지어 바라지했다. 그는 부모를 여읜 뒤에 부귀를 얻었다. 백 대의 수레와 만 섬의 곡식이 따랐다. 진수성찬 앞에서 그는 탄식했다. “쌀을 지고 가 부모를 뵈려 해도 할 수가 없구나.”

자로의 고사를 묘사한 18세기 화원 한후방의 그림이다. 쌀짐을 지고 들어서는 이가 자로다. 노부모가 방안에서 아들을 반긴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른 표정이다. 음식 이바지보다 갸륵한 것이 치성(致誠)이다. 공자는 자로의 효행을 듣고 말했다. “살아계실 때는 힘으로 모셨고 돌아가신 뒤는 마음으로 섬겼도다.”

자로가 쌀을 진 이야기는 지극한 공양의 본보기다. 선비화가 윤제홍도 이 고사를 그림으로 그렸다. 하지만 사연이 좀 다르다. 양식이 떨어진 조카가 윤제홍을 찾아왔다. 그는 기가 막혔다. 쌀뒤주가 빈 지 오래였다. 그는 대신 그림을 그려주었다. 흰 눈 가득 쌓인 산골 집으로 젊은이가 등에 쌀을 지고 찾아가는 풍경이었다. 그는 자로의 얘기를 조카에게 들려주며 위로했다. “비록 가난해도 자로처럼 학문에 힘쓰면 좋은 날이 올 게다.” 그림을 받은 조카는 윤제홍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쌀 대신 그림으로 시장기를 달랠 순 없지만 숙질(叔姪) 사이에 오간 가난한 온정은 가슴 저린다. ‘자로부미(子路負米)’, 곧 ‘자로가 쌀을 지다’라는 제목이 붙은 이 그림은 원래 짙은 채색화다. 정조가 친람(親覽)했던 화첩에 들어 있다. 자로는 말했다. “달리는 말을 문틈으로 보듯이 부모는 가시는구나.”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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