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김명호] 김관진 장관께 기사의 사진

장관 취임을 축하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기자가 불쑥 편지를 띄우는 것을 양해해 주십시오.



지난 10월 워싱턴에서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가 열렸을 때입니다. 국방부 고위 간부는 회의 결과 공식브리핑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한국 대표단은 블레어 하우스에서 영접을 받았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동맹이 역사상 최상의 상태임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블레어 하우스는 국빈 숙소로도 활용되는 백악관 바로 옆 건물입니다. 그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한 좋은 의도로 그랬겠지요. 그런데 천안함 폭침을 논의하는 엄중한 시기에 그게 본질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그렇게 강조해야 하는 것일까를 생각해봤습니다. ‘상당한 대접’은 이미 국방부 공보팀으로 전파돼, 서울로부터 블레어 하우스에 간 것이 무슨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도 받았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 게 우리 군 수뇌부의 분위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전시(展示)용’ 그것이지요.

은퇴한 고위 공직자 한 분을 지난 여름 워싱턴에서 만났습니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하다 자원입대한 아들 얘기가 나왔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해상 침투 훈련을 했답니다. 해상 작전현장에서는 실탄을 한 발도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훈련이 끝난 뒤 육지로 올라와 공허한 바다를 향해 실탄 사격을 시키더랍니다. 실탄을 소비하고 훈련 결과를 상부에 보고해야 하니까요. 보고는 아마도 실제 상황과 똑같은 훈련을 했다는 거겠지요. 아들이 그러더랍니다. “훈련을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실제 상황과 똑같이 하는데….” 역시 ‘전시용’이자, 모든 것이 ‘이상무(異常無)’인 허위보고이지요.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지난달 갤럽이 청렴성과 윤리기준이 가장 높은 미국 22개 직업군을 조사한 결과 군 장교가 2위로 최상위 그룹이었습니다. 책임감과 명예의식이 높아 국민의 신뢰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미국이 불경기지만 군 수뇌부 출신이거나 장교로 전역하면 취직 걱정이 없습니다. 민간 회사에서 바로 데려갑니다. 그들의 애국심, 리더십, 책임감을 높이 사는 거지요. 미 해병대의 리더십 교육은 이미 전 세계 많은 대기업들이 임직원 교육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이나 집 주변을 오가다 보면 ‘내 아들은 해군이다’ ‘나는 군인의 가족이다’ ‘내 아들은 이라크에 가 있다’는 문구가 붙은 자동차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집 앞에도 성조기와 함께 그런 문구를 달아놓은 집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군인 가족이 자랑스러운 것이지요.

우리 군 수뇌부의 책임감과 리더십은 어느 정도입니까. 천안함 폭침 이후 군 수뇌부를 평가한 세 가지 표현은 헛헛한 웃음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천안함 폭침 직후 국내 무게 있는 한 언론인은 형편없이 대응했던 군 수뇌부를 향해 ‘살찐 고양이’라고 일갈했습니다. 두 번째는 장관께서 청와대 모의청문회에서 하셨다는 ‘군인들이 행정관료화됐고 개인의 입신양명(立身揚名)에만 신경 쓴다’는 말입니다. 세 번째는 연평도 포격 대응과 관련해 외교안보 라인에 ‘3류들이 많이 배치돼 있기 때문’이라는 한 여당 최고위원의 평가입니다. 어쩌면 저와 이렇게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국회 청문회 결과도 그렇고, 제가 아는 몇몇 사람한테 물어본 결과 신임 국방장관은 ‘사심 없는 강골무인’(强骨武人)이라는 공통된 평가입니다. 그 정도 식견을 갖춘 장관이라면 지난 군사정권에서 영남이다, 하나회다 하면서 군대를 온통 사조직화했던 폐해를 잘 아실 것입니다. 정권이 바뀌어 호남이다, 어느 고교 출신이다, 4인방 5인방 하며 깜냥이 안 되는 사람들이 요직을 휩쓸었던 시절도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 군의 야전성 부족, 유약함은 수뇌부의 문제입니다. 장관께서 강조했던 기강해이나 정신교육은 하급 장교나 사병보다 군 수뇌부에 더 필요한 말들입니다. 입신양명과 행정관료, 장관께서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워싱턴=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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