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의 국회 기사의 사진

“3000만명의 태아들이 유기됐다. 인간은 원숭이에서 진화한 것이라고 가르친다”

지난주 출장길에서 뉴욕 플러싱의 든든한교회 금요예배에 참석했다. 숙소인 뉴저지 루서포드의 호텔에서는 꽤 되는 거리였고, 예배가 밤 9시에 시작돼 부담이 되긴 했지만 지인이 알려준 바로는 밤이 늦었더라도 찾아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교회 담임을 맡고 있는 김상근(58) 목사는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한 후 아프리카에서 3년간 외교관 생활을 하다 목회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라고 했다.

세속적인 성공보다는 영혼을 일깨우는 일을 값지게 여겨 힘든 것을 평생의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 그런 사람을 만나는 데에는 시간과 거리가 대수일 것 같지 않았다.

김 목사는 한인들과 조선족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목회를 하면서 어려운 이들의 문제를 법적으로 도와주는 지역 해결사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예배시간에 시편 11장의 “터(foundation)가 무너지면 의인인들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다윗의 고민을 새기면서 오늘 우리도 얼마나 심하게 무너진 환경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그런 터 위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1999년 콜럼바인 고교에서 일어났던 총기난동사건을 예로 들며 김 목사는 말했다. “범인인 학생은 급우에게 ‘네가 크리스천이냐’고 물었고, 친구가 ‘그렇다’고 답하자 그의 얼굴에 총을 난사했다. 그가 부모들과 단 몇 분만이라도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면 친구 얼굴에 총을 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의 한탄은 이어진다. 임신중절로 낙태된 태아들이 미국에서만 3000만명을 넘는다. 하나의 국가를 만들고도 남을 이 많은 생명체를 유기하지만 않았어도,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한 것이라고 가르치지만 않았어도, 학교에서 콘돔을 캔디처럼 나눠주지만 않았어도 세상은 이렇게 혼돈스런 터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말한다. 여기 500명이 넘는 구성원을 가진 조직이 있다. 그 중 29명이 배우자 학대로 고발당했다. 7명이 사기죄로 기소되었다. 19명은 부도수표 발행으로 기소됐다. 117명이 최소한 2건 이상의 사업에서 파산을 당했다. 3명이 폭행으로 체포되었다. 71명이 신용불량으로 카드를 빼앗겼다. 14명이 마약과 연관된 혐의로 체포되었다. 8명은 물건을 훔치다 체포됐다. 21명이 피고의 자격으로 소송 중에 있다. 54명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되었다. 이 조직이 어디인지 상상할 수 있는가. 이것이 535명으로 구성된 미 연방의회 의원들의 현주소다. 이렇게 범죄에 연루된 구성원들이 많은 조직에서 심사숙고해 법을 만들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국회는 미 의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불법 로비가 검찰 수사로 드러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국회의원들은 이를 합법화하기 위해 법률 개정을 하겠다고 나선다. 청원경찰법 입법 로비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설명을 들어보면 일부 의원들의 입법 뒷거래는 명백해 보인다.

국회의원들은 단체와 기업의 후원을 허용받고 싶겠지만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익집단의 입법로비가 가능해지면 한국에서 입법 메커니즘은 시장의 형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도 별다른 여론 수렴 없이, 그것도 국가적 안보위기를 틈 타 속전속결로 법안처리를 밀어붙인다. 여야가 따로 없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안을 검토하지도 않는다.

이런 터라면 국회는 부정과 부패의 온상이 됐다고 봐야 한다. 조직원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해 있으면서 그 부정부패를 안전망 위에 올려놓기 위해 교묘한 그물을 짜는 거대한 국가조직이다. 이런 조직의 영향을 받는 일반인들이 각자 바로서기란 요원하다. TV는 절제된 것보다는 요란한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게임은 유쾌한 것이 아니라 잔인한 살인 놀이로 구성된다. 그 기이한 사회 구조 속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포옹해주는 대신에 강아지를 껴안아 줄 뿐이다. “이 어둠 속에서 우리가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각자 작은 기도로 서 있어야 한다. 이 밤 우리의 기도는 세상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 목사가 만드는 플러싱의 밤은 캄캄하면서도 맑기 그지없었다.

수석 논설위원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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