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발견] 차가운 바다의 기율 기사의 사진

오래 전에 바다는 어로의 현장이었다. 생명의 모태이자 종교의 너른 제단이었기에 우리의 삶도 거기에 기대었다. 일용할 양식도 얻었다. 사진작가 배병우가 찍은 제주 오징어배의 집어등은 고기잡이의 치열한 노동을 한 줄기 빛으로 보여준다. 추자도를 휘감는 물살은 얼마나 센지, 어업이 목숨을 내놓는 작업임을 보여준다.

한동안 우리는 바다를 멀리 바라보고 감상하는 데 익숙했다. 시인 황지우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는 바다를 읊었다. 가수 정태춘은 서해 먼 바다 위로 노을이 비단결처럼 곱다고 노래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바다는 소비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레저와 관광산업은 바다와 함께 성장했다.

이제 바다는 삼엄한 국경으로 돌아왔다. 서해에는 젊음을 집어삼킨 노도가 흐르고, 수병의 강렬한 눈빛이 수면을 가로지른다. 바다의 기율도 바로서야 한다. 기율을 이루는 정의는 군함 대신 어선으로 가득한 바다를 꿈꾼다. 저물면서 빛나는 그 바다를.

손수호 논설위원 shsh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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