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이야기] 못 나는 새 에뮤의 생존법 기사의 사진

아프리카 타조보다 몸집은 작지만 호주 대륙에도 날지 못하는 새가 있다. 에뮤, 화식조, 키위가 그러한데, 그중 오늘 얘기의 주인공은 에뮤다. 키가 120㎝이고 몸무게가 40㎏ 이상 나가는 에뮤는 날려고 해도 날 수 없는 새다. 비행한계 무게인 15㎏을 훌쩍 넘긴 거대한 몸집을 가졌고, 날개는 겨우 20㎝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퇴화했기 때문이다.

날기 대신 육상생활을 선택한 순간부터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가져야 하는데 에뮤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칙칙하고 어두운 회색의 털을 가진 것이 고작이다. 그래서 한때 호주 본토뿐만 아니라 인근 섬에 있던 여러 종류의 에뮤들은 유럽인들이 호주 대륙에 상륙하고부터 수가 줄어 완전히 멸종되었고 오직 호주 본토에 사는 에뮤 1종만이 살아 남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의 에뮤가 살아 남은 데는 사람의 도움이 크게 작용했다.

에뮤는 유칼립투스 숲, 초원, 사막 지역 등 어디서든지 살 수 있지만 매일 물을 마실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내륙을 개발하는 과정에 파놓은 우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에뮤는 전에는 살지 못했던 내륙의 사막 지역까지 서식지가 넓어졌다. 그러다 보니 에뮤가 너무 많이 늘었고, 이로 인해 농작물에 손해를 끼치기 시작하자 1932년에 사람들은 에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총을 든 군대를 동원했다.

총에 대적할 무기가 없는 에뮤는 당연히 개체수가 줄어야 했는데 결과는 반대였다. 에뮤들이 워낙 잘 숨어서 잡기 어려운 데다 수가 조금 줄었다가도 복원력이 뛰어나 다시 늘었고 결국 에뮤전쟁은 사람들의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에뮤의 강한 생명력은 건조한 호주 내륙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두 가지 적응능력을 갖춘 덕분이다. 첫째는 강력한 소화능력이다. 에뮤는 먹이를 잘 으깨기 위해 50g까지 나가는 자갈을 먹는다. 이 자갈은 근육질로 된 모래주머니 안에 있으면서 단단한 씨앗이나 곡류를 으깨게 된다. 둘째는 먹이가 많을 때 지방을 축척해 놓는 것이다. 영양가 있는 먹이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건조한 호주 내륙의 한 곳에서 먹이가 떨어지면 수백㎞ 거리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컷이 알을 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이동을 한다.

에뮤도 타조처럼 수컷이 알을 품고 새끼를 돌본다. 12월과 1월이 되면 에뮤는 쌍을 이룬다. 암컷이 4월부터 6월 사이에 9∼20개의 알을 낳고 떠나면 수컷은 먹지도, 변을 보지도 않으면서 알을 품어 병아리를 부화시킨다. 이때 수컷들은 같이 있던 암컷도 쫓아낼 정도로 공격적이 되며, 수컷의 자식사랑은 병아리들이 완전히 자라는 5∼7개월 동안 계속된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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