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성근] 전쟁의 그늘과 통일의 기원 기사의 사진

“자주국방은 우리 손으로 삶의 터전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전제로 한다”

역사적으로 오랜 이웃인 중국이 지난 100여 년에 걸친 시련의 시대를 극복하고 이제 세계의 공장임을 자임하며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런 작금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한편으로 참 잘됐다는 안도의 마음을 가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이대로 가도 되는 것인가 하는 위구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대부분 국가들이 우리와 같은 심정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침공과 방자함을 기억하고 있는 민족이라면 과거의 악몽을 반추하며 선뜻 마음을 내줄 수 없을 게다.

최근 한반도에서 벌어진 북의 대남 침공에 대한 중국의 이해 못할 행위들은 주변국이 알고 있는 역사적 상처에 소금을 뿌려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 운운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패권주의적 발상인지를 상식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야밤에 침투해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더 나아가 백주에 남의 영토에 무차별 포격을 가함으로써 침략전쟁을 획책하는 무리에 대해 응징은커녕, 그런 행위를 궤변으로 호도하려는 중국의 기만적 행위는 중국의 패권주의적 저의로 받아들이게끔 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에게 있어 ‘정신을 바짝 차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남북 분단 반세기란 상황 속에서 ‘국가안전보장’이란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현실적 느낌을 가슴 속 깊이 묻고, 확고한 신념을 신앙화하는 것이다. 첫째도 안보요, 둘째도 안보라는 박정희 대통령이 지녔던 것과 동질의 안보관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박정희에게 있어 ‘자주국방’이란 무엇이었는가. 동맹체제하의 자주국방이란 시시콜콜 동맹국에 얽매여 우리가 먼저 맡아야 할 국방의 임무를 남에게 의존하려는 생각을 앞세우게 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생각했다. 즉,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총 경주하고 어쩔 수 없는 분야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그 같은 생각이 방위산업에 대한 ‘올인(all-in)’ 행태로 나타나 기계공업 육성과 한국사회 산업화의 초석이 됐다. 울진·삼척지역의 무력침공 등 크고 작은 도발행위에 대해서는 동맹군의 직접적 지원 없이 우리 전투력만으로 결정적 응전을 해 섬멸하는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만약 그 당시 연평도 도발이 있었다면, 해안포 포대뿐 아니라 적의 심장부에 대한 타격작전까지도 동맹군 개입 없이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자주국방의 궁극적 의미는 한반도 우리 삶의 터전을 총체적으로 지켜 나가겠다는 통일의지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우리의 국토, 우리의 삶의 터전, 우리의 인간다운 삶을 우리 손으로 지켜내겠다는 국민 모두의 일치된 결의가 바닥에 깔려 있어야 한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50만표 전후로 당락이 결정되던 관례를 깨고, 그 10배 이상의 표차로 현 정권 탄생을 가져오게 한 국민적 컨센서스는 국민을 갈라놓지 말고, 한데 결집시켜보라는 국민의 부탁이었다. 그 의미를 이명박 대통령도 잘 알겠다고 해놓고 그 후 하는 것을 보면 실망스럽고 개운치 못해 안타깝다. 잠도 남보다 덜 자고 신들린 사람처럼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고맙기도 하지만 안타까울 때가 더 많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잘 해보자고 회의실 현장에 가서 조명과 마이크까지 점검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연평도 해안포는 6·25 때 쓰다 남은 탱크에서 떼어낸 사정 1㎞의 폐기처분될 고물포가 그대로 방치되는 것을 체크할 수 없었던 결과로 나타났다. 왜냐하면 국정의 기본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중들 사이에 국방정책에 대한 냉소적 시각이 있다. 하필이면 선출직도 아닌 임명직에 병역미필자를 골라 요직배분을 하는 것도 대통령이 원칙에 충실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들 받아들이는 것 같다. 국민적 통합과 단결에는 윗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막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유념해야 할 것이다. 2010년과 함께 이 모든 상념이 전화위복이 되길 바랄 뿐이다.

이성근 전 한성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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