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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조성기] 不戰조약의 정신으로

[삶의 향기-조성기] 不戰조약의 정신으로 기사의 사진

지난 11월 23일 오후 3시쯤 내가 소설 창작을 가르치는 학생 10명과 함께 학교 앞에 있는 어느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시켜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답사 여행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어온 재미있는 동영상을 보며 박장대소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중국집 여주인의 목소리가 급하게 들려왔다. “여기 보세요! 그리 웃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우리는 일제히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 벽에 설치된 큼직한 텔레비전 화면을 보았다. 화면 가득 연기가 피어올라 이라크나 팔레스타인 지역 뉴스인가 싶었다. 하지만 다급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연평도 운운하고 있었다. 한국의 군사훈련에 대항하여 북한군이 해안포를 100여 발이나 군사시설과 민간인 주택가에 발사했다는 것이었다. 우리 해병대도 대응 포격을 했다고 했다. “전쟁이 났군요.”

학생들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전개될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학생은 부대에 있는 한 친구에게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군대 사정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학생 친구는 아직도 연평도 포격 사태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야, 군인이 전쟁이 난 걸 모르고 있으면 어쩌니?” 학생이 핀잔을 주자 저쪽에서 ‘빨리 끊어’ 하며 어딘가로 달려가는 듯했다.

전쟁은 일상에 돌발할 수 있어

전쟁은 이와 같이 우리의 평온한 일상에서 돌발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 무렵 공교롭게도 알라딘 창작 블로그에 내가 연재하고 있는 ‘헌법팡세’ 부분이 헌법 제5조에 관한 내용이었다.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헌법학 개론에 보면 전쟁은 흔히 침략전쟁과 자위전쟁, 제재전쟁으로 나눈다. 우리 헌법은 침략전쟁은 인정하지 않는 반면, 자위전쟁과 제재전쟁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전쟁을 일으킨 나라치고 자기들이 먼저 다른 나라를 침략했다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른 나라의 공격을 사전에 막기 위해 자위적인 차원에서 공격했다고 한다. 서로 제재하고 보복하는 단계로 들어가면 침략전쟁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만다. 누가 먼저 침략했느냐 따져보았자 소용없다는 말이다.

이번 연평도 포격 사태에서도 북한은 자기들이 설정해놓은 영해에 우리 해군이 들어와 함포사격을 1300발이나 해대니 심각한 영토 침략이 아니냐고 변명한다. 우리는 1953년 8월 30일 유엔군 사령관 클라크가 서해 작전 한계선으로 설정해놓은 북방한계선(NLL)을 군사분계선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은 1999년에 12마일 국제법 영해 규정을 빌려 그보다 훨씬 남쪽에 해상군사분계선을 설정해 놓았다.

어느 지역을 한 나라가 50년 가까이 타국의 방해 없이 평화적으로 점유한 경우는 영토로 인정한다는 국제적인 관습이 서해에 적용되지 못하도록 북한은 수시로 무력도발을 할 것이다. 2006년 북한이 NLL선 근방까지 대폭 양보하여 협상을 벌이기도 했으나 한국 측 태도는 단호했다.

모든 분쟁 평화적으로 해결하자

1928년 8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을 비롯한 15개국 대표가 모여 소위 부전조약(不戰條約·켈로그-브리앙 조약)을 체결했는데, 국가정책 수단으로서의 전쟁을 포기할 뿐 아니라, 분쟁 해결을 위한 전쟁이 불법임을 선언하고 체약국 간 일체의 분쟁 사태 해결은 평화적인 수단에 의해서만 해결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전쟁 자체가 불법임을 선언한 세계 최초의 조약이다.

한국과 북한이 아무쪼록 ‘부전조약’의 정신으로 돌아가 어떤 분쟁이든지 전쟁에 의지하지 않고 평화적 수단에 의해서만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염원해 본다.

조성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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