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내각제, 폭력국회 해법 될까 기사의 사진

평소엔 엄숙과 경건의 대명사이다가도 운전대만 잡으면 전혀 딴 사람이 되는 목사님이 계신단다. 심방을 가는데 옆 차가 끼어들기를 하자 냅다 욕을 해대더란다. 동승했던 권사님이 민망했던지 “욕은 제가 할 테니까 목사님은 운전만 하시라”고 했다던가. 웃자고 한 얘기이고, 또 욕 같은 건 입에 담지 않을 사람들의 대표로 목사님이 꼽힌 것이니 목사님들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을 망가뜨리는 금배지

사람은 처한 환경이 바뀔 때는 물론이고 옷만 갈아입어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성격이 변하는 모양이다. 넥타이 매고 있을 땐 한껏 점잖다가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흐트러지는 사람을 보기는 어렵지 않다.

이전엔 멀쩡하던 사람들도 정치판에만 뛰어들면 이상해지는 것도 위의 예들과 맥을 같이하지 않나 싶다. 평소엔 교양 넘치고 우아하던 요조숙녀까지도 금배지를 달고 나면 자신의 자녀들도 볼 TV카메라 앞에서까지 부끄럼 없이 머리끄덩이 잡으니 말이다.

우리 의정사는 폭력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수립 직후 국회에 설치됐다가 의원 테러 등 정부의 폭력에 의해 해산된 반민특위 사건, 이승만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위한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반대하는 야당 국회의원들이 헌병 차에 실려 간 부산정치파동, 야당 의원들의 회의장 입장을 봉쇄한 채 통과시킨 3선 개헌 등이 모두 그것들이다. 박정희의 5·16과 유신 그리고 전두환의 신군부 등장으로 국회가 아예 해산되는 수모도 겪었다. 이렇게 보면 예산안 등의 심의과정에서 통과의례로 되풀이되고 있는 폭력 사태는 약과라고 자위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의정사도 이제 60년이 넘었다. 2차 대전 후 독립한 국가 중 유일하게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나라라고 자랑한다. 그래서 경제력이 세계 10위 안팎이고, 세계를 움직이는 나라들의 모임인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라고 한껏 뽐낸 게 불과 몇 주 전이다. 그런 나라의 국회의원들이 만나면 격투기이니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답답할 뿐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알고 죽는 해소병’이라는 옛말처럼 이 고질병을 고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번 예산안 파동만 해도 설령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요구대로 심의 기간을 늘려 주었다 해서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4대강 사업 예산은 여야가 타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충돌은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연례행사인 예산안 파동을 피하기 위해 예결위를 상설화하여 예산 심의를 연중 계속하는 방안, 국회에 아예 예산 편성권을 주는 방안 등이 제안되고 있으나 그래봤자 여야의 싸움이 더 길어질 뿐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또 법으로서 국회 폭력을 엄히 처벌하자거나, 국민이 선거를 통해 폭력 의원을 심판하자거나, 의원들이 각성해야 한다거나,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그렇게 해서 고쳐질 병이라면 국회 폭력은 오래 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대통령제에도 일단의 책임

국회의 이런 작폐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게임인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에도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야가 전리품을 통째 챙길 수 있는 정권을 지키거나 탈환하기 위해 대통령 선거가 끝난 그날부터 5년 내내 극한투쟁을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만 본다면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도 검토해볼 만하다. 그런 권력구조라면 여야 간에도 권력 분점이 가능하고, 수시로 정권교체가 이뤄져 사생결단식의 투쟁은 줄어들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그런 권력구조가 여야 간 극한투쟁을 100% 해소해준다는 보장은 없으며, 정국 불안 등 또 다른 문제점도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여야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개헌에 소극적이어서 개헌을 통한 고질병 치료 가능성도 높지 않다.

무책임하고 한가한 얘기이겠으되 세월이 약인지도 모른다. 의회민주주의의 모델인 영국도 700년 넘는 의정사에 갖가지 영욕이 점철돼 있다. 우리도 이제 정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으며, 국회 폭력도 아직 부끄럽긴 하지만 5공 이전보다는 그 도가 낮아진 것도 사실 아닌가.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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