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옛 그림] (49) 근심을 잊게 하는 꽃 기사의 사진

사대부 화가 남계우는 별명이 ‘남 나비’다. 나비 그림만큼은 조선 제일이었다. 수백 종의 나비를 채집해서 꼼꼼히 관찰하고 치밀하게 묘사했다. 나비 한 마리를 잡다 놓쳐 십 리 길을 따라간 그다. 생물학자는 나중에 그의 그림에서 희귀한 열대종 나비까지 찾아냈다.

남계우의 나비는 몽환적이다. 세밀함이 지나쳐 긴가민가할 정도다. 장자가 꿈에 본 나비 같다. 이 그림은 서정적인 느낌이다. 나비는 장수와 통한다. 나비 접과 팔십 노인 질이 비슷한 발음이라서 그렇다. 사랑을 맺어준다고 믿어 서양에선 ‘중국인의 큐피드’로 불린다.

그림 속의 꽃은 원추리다. 다른 꽃 놔두고 하필 원추리에 날아든 나비를 그린 까닭이 뭘까.

아침에 입을 열고 저녁에 입을 다물어서 원추리는 영어로 ‘데이 릴리(day lily)’다. 봄에 새순을 살짝 데쳐 먹으면 달착지근한 맛이 난다. 차로 우려마시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근심을 잊게 하는 ‘망우초(忘憂草)’가 원추리다.

재미있는 건 봉오리 모양이다. 이 그림에도 보인다. 꼭 사내아이 고추처럼 생겼다. 중국 옛 그림에는 원추리를 머리에 꽂은 여인의 모습이 나온다. 부인이 허리에 차고 다니는 풍습도 흔했다. 왜 그랬을까. 당연히 아들 낳기를 기원해서다. 아들을 많이 둔 부인을 가리켜 ‘의남(宜男)’이라 한다. 원추리는 ‘의남초(草)’가 됐다.

작은 그림이지만 뜻이 여러 겹이다. 아름다운 사랑을 맺고, 근심걱정 없이 오래 살면서, 아들 많이 낳으라고 두 손 모아 비는 그림이다. 아들은 원추리라 치고 딸을 닮은 꽃은 뭘까. 다거나 없거나.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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