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통치권 나눠 받아 뭘 하려고 기사의 사진

개헌이 이재오 특임장관의 ‘정치일생 마지막 소신’이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길밖에 없다”던가. 취임 100일을 맞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 자신이 한 말이다. 개헌의 내용은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했다.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되면 민주당도 국정에 참여할 기회가 열리는 것 아니냐”고 한 모양이다.

지금까지의 개헌론은 크게 두 갈래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대통령의 5년 단임 임기제(그나마 적어도 지금까지는 참담한 실패에 이르지 않은 유일한 제도인)가 문제이므로 이를 4년 연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에도 명분이 갈린다. 우선 대통령이 장악력을 가지고 소신껏 국정을 이끌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인식이 있다. 레임덕 현상이 상시화한다는 것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도의 이면

이와 상반되는 5년 단임제 반대론은 일단 대통령을 뽑고 나면 국민적 통제를 가할 기회가 없어진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중간 평가의 과정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책임질 필요가 없이 자의적으로 권력과 국정을 농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헌론의 다른 한 갈래는 대통령제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감에 뿌리를 둔다. 정치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됨으로써 권위주의 정치, 극한대결의 정치가 초래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의 분점이 긴요하다. 의원내각제, 이원집정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이 그 대안으로 제시된다.

어느 편이든 나름대로의 이치는 가졌다. 그러나 특히 정치권의 개헌론자들에게 뚜렷이 결여된 게 하나 있다. 그것은 정직성이다. 이들 중에서도 분권형 대통령제나 그 아류의 권력구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더 정직하지 못하다.

대통령은 국방 안보 외교 통일 쪽을 담당하고 그 외의 국정분야는 국회에서 뽑힌 국무총리가 맡도록 하면 권력 독식에서 오는 부담과 부작용을 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장관은 이를 ‘상생하는 정치의 틀’이라고 했다. 개헌론의 속내를 그대로 내비친 말이다. ‘그러니까’ 여야 모든 정당들이 사이좋게 권력을 나눠 가지는 길을 택하자는 타협안일 터이다. 물론 국민은 안중에 없다.

어쩌면 이런 사정도 있지 않을까? 지금과 같은 대통령제 하에선 꼭 정치보복이 아니더라도 직전정부에 대한 격하, 심하게는 사법적 책임추궁이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누구도 안전하지 못하다. 분권형 대통령제야말로 모든 정치인의 가장 든든한 대피소가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 장관 자신을 포함해서….

정치권 개혁이 선결과제다

의사당 내 집단 난투극을 예사로 벌이는 국회의원들이다. 물론 이들의 뒤에는 한국형 정당들이 있다. 보스체제는 그럭저럭 벗어났다고 하지만 지역과 이념의 족쇄는 여전히 강고하다. 국민이 북한군의 비열한 연평도 포격에 망연자실해 있는 와중에 자신들의 세비를, 여야가 의기투합해서 아주 쉽게 인상한 국회의원들이다. 이들은 ‘헌정회 육성법’ 개정을 통해 월 120만원씩의 연금을 확보하는 놀라운 재주도 부렸다.

동료의원이 명백히 범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해도 임시국회 소집이나 집단 으름장의 수법으로 검찰 수사의 무력화를 시도하는 사람들 또한 아무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청목회로부터 편법 후원금을 받아 챙긴 게 법적으로 문제가 될 듯하자 아예 정치자금법을 고쳐버리겠다는 꾀를 낸 사람도 이들이다.

거대한 권력기관으로 군림하고 있는 중앙당의 해체나 축소가 정치안정과 발전에 훨씬 더 기여하는 방법일 것이다. 의원 개개인도 당연히 고도의 도덕성 정의감으로 정신재무장을 해야 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초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린 나라의 정당이고 의원들 아닌가.

그런 다음에 권력을 나눠 갖자고 말해볼 일이다. 그럴 때만이 정직하고 양심적인 개헌론일 수가 있다. 청와대로 1번지의 청와대뿐만 아니라 여의도에 제2청와대, 제3청와대가 위세를 과시하고 299명의 또 다른 대통령들이 헛기침하며 권세 자랑하는 광경, 상상만으로도 기가 질린다. 제발 그런 날은 오지 말기를….

이진곤 논설고문 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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