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찬규] 자위권은 교전규칙 상위개념 아니다 기사의 사진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위권은 교전규칙의 상위 개념’이라고 한 말은 군령계통의 국방의지에 격화소양(隔靴搔痒)의 감을 금치 못했던, 그리고 군의 관료화를 우려하던 국민에게 일대 청량제였다. 이것은 지난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사건 때 우리 공군기가 연평도 상공에 있었으면서도 공격에 대한 반격은 동종(同種)·동량(同量)의 것이어야 한다는 교전규칙에 묶여 자위권 행사를 하지 못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국방장관 발언 문제 있다

공격에 대한 반격이 동종·동량의 것이어야 한다 함은 대포를 사용한 공격에는 대포로 대응하고 10발을 쏜 공격이라면 10발로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군은 유엔군의 일원으로 6·25전쟁을 수행해 왔기 때문에 1953년 유엔군 사령부가 제정한 교전규칙을 사용해 왔으며 동 규칙을 더욱 구체화한 작전예규라는 것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국방부 장관의 말은 자위권이 교전규칙의 상위 개념이기에 자위권 행사의 경우 교전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인데 이것이 과연 올바른 법률해석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자위권은 교전규칙의 상위 개념이 아니다. 규범서열에 있어 상·하위 관계라 함은 상위 규범에 저촉되는 하위 규범은 무효가 된다는 뜻을 가지는데 자위권과 교전규칙이 그런 관계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교전행위는 국제법, 특히 무력충돌법에 따라 수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군대 구성원은 전쟁범죄로 처벌 받게 되고 그 소속 국가는 전쟁법 위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그런데 개개의 병사가 국제법 전문가일 수 없고 생사의 갈림길에 선 지휘관에게 정확한 국제법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문명화된 모든 국가는 무력충돌 시 사용될 교전법규에 관한 자세한 세칙을 작성해 놓고 있다. 이것이 교전규칙이다. 따라서 자위권이 교전규칙의 상위 개념일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군이 유엔군 사령부의 교전규칙, 다시 말해 공격에 대한 반격은 동종·동량의 것이어야 한다는 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려면 동 교전규칙이 개정되든지, 아니면 유엔군 사령관의 휘하에 있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교전규칙에 따르지 않게 되면 동 규칙이 법률적 성격을 가졌다면 군법 위반이 될 것이고 명령적 성격을 가졌다면 지휘권(command authority)에 대한 도전이 돼 작지 않은 파장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독자적 교전수칙 제정 필요

사태를 바로잡기 위한 길은 기존의 교전규칙을 개정하든지, 우리 군의 독자적 교전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있다고 본다. 이것은 어느 쪽이 되든 한국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경과했을 뿐 아니라 우리 경제가 세계 10위권에 진입함으로써 우리 선도 하의 전쟁재개에 대한 우려가 없어졌다는 점,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이 이양됐고 2013년에는 전시작전통제권마저 이양되게 돼 있다는 점, 그리고 유엔군사(司), 한미연합사, 미 8군사의 사령관이 동일 미군 장성이란 점 등을 감안할 때 반드시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국제법상 자위권 행사에는 필요성 및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제한이 있을 뿐, 반격이 동종의 것이어야 한다는 제한은 없다는 점도 참고가 된다. 미국 교전규칙은 자위를 단위급 자위(unit self-defence)와 국가급 자위(national self-defence)로 나누어 전자의 경우에는 상부의 지시를 받음이 없이 피공격자 또는 인근 병력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자위권을 행사토록 하고 있다. 자위권은 무력공격이 있을 때 필요성 및 비례성의 원칙 하에서 반격할 수 있는 국가의 고유한 권리인데 여기에 교전규칙을 통해 동종·동량의 반격이어야 한다는 제한을 과함은 법리에도 맞지 않고 현실성도 없는 것이라 할 것이다.

김찬규 국제상설중재재판소재판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