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말레이곰 탈출에서 귀환까지 기사의 사진

장장 9일간의 숨바꼭질 끝에 말레이곰 ‘꼬마’가 돌아왔다. 지난주 월요일 아침회의 중 꼬마의 탈출소식을 듣자마자 전 직원이 꼬마를 찾아 청계산 고개를 넘고 청계사까지 쫓아갔지만 깊은 산 속에 들어가 버렸다.

동물원에 사는 보통의 동물이 우리 밖으로 나올 경우 낯선 주변 환경 때문에 어리둥절해 있다가 우리 주변에서 잡히기 십상이다. 1987년에 폭우로 산사태가 맹수사를 덮쳤을 때 우리를 벗어난 치타가 금방 포획됐다. 청계산 고개는커녕 동물원 경계도 넘지 못했었다.

그런데 꼬마는 달랐다. 꼬마는 말레이 곰사를 나오자마자 동물원 끝단에 있는 조절 저수지 옆을 지나 청계사 방향으로 최단코스를 골라 달렸다. 조금 전에 동물원 삼림욕장에서 보였다가 불과 몇 분 후에 청계사를 넘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처음 3일 동안은 냄새를 잘 맡는 수색견과 헬기까지 동원해서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헬기가 공중에서 꼬마를 발견해도 5분 이상 추적할 수 없었고 노련하고 빠르다는 수색견도 꼬마의 뒷모습을 보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만큼 꼬마는 빨랐다. 말레이곰은 곰 중에서 가장 작고 온순하며 앞발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고 나무도 잘 기어오를 정도로 민첩하다.

게다가 꼬마는 겨울을 대비해서 영양가 높은 먹이를 먹어왔으니 한창 나이인 일곱 살 곰에게 가파른 산길에서 사람을 따돌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워 보였다. 3일간의 대대적인 수색 끝에 꼬마의 이동경로는 알아냈지만 이런 방법으로 꼬마를 포획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지리산에 있는 반달곰 복원팀에게 물어보고 해외 사례도 찾아보니 곰은 먹이로 유인해서 포획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란다. 지리산에서 가져온 포획틀 3개를 설치하고 곰이 좋아한다는 꿀을 포획틀 주변에 이리저리 뿌려주었지만 여전히 곰은 우리를 따돌리고 있었다. 다시 밤을 새워 추가로 제작한 포획틀을 4개 더 설치했다. 마침내 15일 아침 포획틀을 확인하기 위해 새벽에 산을 올랐던 동물원장으로부터 낭보가 전해졌다. 전날 설치해 두었던 포획틀에 곰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다행히 건강하단다.

애타는 우리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동안 꼬마는 이수봉 주변 간이매점을 습격해서 라면이며 과자를 먹고 똥도 한 무더기씩 누고 다녔다. 한동안 흔적이 안 보이면 걱정했다가 꼬마의 흔적이 보이면 ‘그래도 굶지는 않았구나’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다. 원래 꼬마는 식탐이 많았던 녀석이다. 청계산을 내 집처럼 돌아다닐 정도로 대담했지만, 그래도 과자의 유혹은 견디기 어려웠나 보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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