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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라동철] 온라인게임과 ‘만16세 미만’

[데스크시각-라동철] 온라인게임과 ‘만16세 미만’ 기사의 사진

심야시간대(자정∼오전 6시) 온라인게임 셧다운제(이하 셧다운제) 적용 대상이 ‘만16세 미만’으로 결정됐다. 청소년 보호 정책의 주무 부서인 여성가족부와 온라인게임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오랜 신경전 끝에 내린 결론이다.

양측이 합의한 셧다운(shut down)제 적용 기준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고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 등의 후속작업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셧다운제는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청소년들을 온라인게임 중독으로부터 보호하고,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이용자 감소를 우려한 게임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도입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적용 대상을 ‘만16세 미만’(중학생)으로 한 것은 아무래도 어정쩡한 결정이다. 청소년보호법 상 청소년은 ‘만19세 미만’(고등학생)까지다. ‘16세 이상∼18세 미만 청소년은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요청 시 게임 이용 방법과 게임 이용시간 등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에 두기로 했지만 고등학생은 사실상 셧다운제 대상에서 제외된 셈이다. 게임 업계의 입장을 고려해 청소년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를 일정 정도 훼손한 것이라고 본다.

여성가족부와 학부모 단체 등은 현재와 같은 온라인게임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소년들이 즐기는 온라인게임 중에는 주먹이나 도검류, 총기류 등으로 상대방을 죽이는 자극적이고 잔인한 게임이 적지 않다. 이런 게임에 중독되면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혼동하게 되고, 장시간 게임으로 리듬을 상실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지난달 부산에서는 온라인게임에 중독된 중학생이 나무라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게임에 정신이 팔려 갓난아이를 방치해 굶주려 죽게 한 철없는 20대 부부도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쌍둥이 형제가 게임 아이템 구매 문제로 시비가 붙어 동급생 친구를 흉기로 20여 차례 찌른 사건도 있었다. 이런 사건의 책임을 전적으로 온라인게임에만 돌릴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게임 문제로 부모와 자식 간에 험악한 상황이 벌어지는 일은 흔하디흔하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12.8%인 93만8000명이 인터넷에 중독돼 있다. 중독률은 초등학생 10.8%, 중학생 12.9%, 고등학생 14.4%로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높게 나타났다. 셧다운제는 인터넷 중독을 예방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가 지난 7∼9월 학부모(316명), 교사(320명), 청소년(370명) 등 총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교사의 72.3%, 학부모의 61.8%, 청소년의 45.3%가 셧다운제 도입이 게임 중독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답한 것은 그런 기대에 힘을 실어준다.

‘만16세 미만’으로 적용 기준이 후퇴했지만 셧다운제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후속조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서 주민등록번호 도용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들을 도입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규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해로운 게임을 걸러내고, 장시간 이용을 자제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갖추는 게 최선이다. 흥미와 보람을 게임 이외의 것에서도 찾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스스로 자제력을 발휘하기 힘든 현실을 감안한다면 청소년들을 유해환경으로부터 적절하게 차단시켜 주는 일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그게 바로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다.

라동철 문화과학부장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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