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오종석] ‘중국식 사회주의’의 위기 기사의 사진

중국 항저우(杭州)시에 사는 왕페이는 최근 미국 보스턴시에 사는 친구와 공동으로 두 도시 간 물가를 비교했다. 19개 식료품과 휘발유 2종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달걀, 우유, 완두콩, 바나나 등 10개 식료품 부분에서 항저우의 물가가 보스턴보다 비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중국 경제지 ‘차이신(財新)’을 인용해 이 같은 결과를 보도했다.

항저우가 보스턴보다 달걀은 2배, 우유는 3배 가까이 비쌌다. 식료품뿐 아니라 항저우의 프리미엄 휘발유값도 보스턴보다 23% 높았다. 조사 대상 전체 물품을 구입할 경우 항저우가 8%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항저우에 있는 저장대학 근처 면적 89㎡ 아파트 가격은 약 52만 달러로 보스턴 하버드대 근처의 99㎡ 아파트 가격인 약 41만1000달러보다 비쌌다.

지난해 항저우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4024달러로 보스턴(3만2255달러)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과학적인 조사 결과는 아니지만 중국이 물가 때문에 얼마나 살기 힘든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1%로 2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에 비해 겨우 1.1% 상승하는데 그쳤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연평균 10%에 가까운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올해도 경제성장률이 10%에 이르며, 내년에는 8∼9%의 성장률을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인민들의 실질생활은 경제성장률만큼 좋아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최근엔 악화되는 실정이다. ‘갈수록 나라는 부자가 되는데 개인은 가난해지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사회 불평등 격차를 보여주는 지니계수와 생활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엥겔계수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지난 15일 발간한 ‘2011년 사회청서’를 통해 지니계수가 이미 0.5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에서 0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낮다. 통상적으로 0.4가 넘으면 빈부 격차 등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0.5는 사회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수위로 판단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관영 싱크탱크가 공개적으로 사회 불평등을 경고하고 나선 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중국 지니계수는 1978년 0.22에서 개혁·개방 초기인 1984년 0.26에 불과했다. 청서 발간에 관여한 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 천광진(陳光金) 부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지니계수가 0.5를 넘는 국가는 20여개 국에 불과하다”면서 “중국의 불평등한 소득분배 문제가 아주 위험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성라이윈(盛來運) 대변인은 지난 10월 “현재 중국의 (도시)엥겔계수가 40% 내외로 다시 반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민 생활의 부유 정도가 하락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엥겔계수는 가계소득 지출 총액에서 식료품비가 점유하는 비율, 즉 각 가정에서 먹는 데 쓰는 돈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1978년 57.5%에서 꾸준히 낮아져 2000년 30%대로 진입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36.5%를 기록, 엥겔계수가 처음으로 역주행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1980년 이래 평균 16%선, 일본은 1990년 이래 평균 24%선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자부심을 나타낸다. 개혁·개방 이후 30여년간 경이적인 경제성장 등 실질적인 성과가 이를 입증했다. 하지만 상위 1% 계층이 국민 총자산의 41.4%를 차지할 정도로 부의 편중이 심하고, 서민들의 행복지수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최근 베이징 시내에서 만난 한 택시 기사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대체 뭔지 모르겠다”면서 “잘사는 사람만 잘살고 우리 같은 서민들은 계속 못사는 사회 아니냐”고 비아냥댔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베이징=오종석 기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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