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칼럼] 지난 3년은 맷집으로 버텼지만 기사의 사진

“남은 임기에도 무모한 인파이팅에 집착해 상처를 키우면 운신 어려워 질 수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 3주년에 즈음해 나온 정치권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린다. 원래 현직 대통령 성적 평가는 이념성향이나 주관에 따라 차이가 나기 마련이지만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야가 달라도 너무 달라 평가라기보다 일방적인 치적 홍보나 비방으로 들린다. 체면이고 무어고 없이 무조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귀를 닫겠다는 투다.

한나라당은 지난 19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국격을 높인 ‘영광의 3년’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현 정부가 위기 속에서 오히려 강해지는 우리 민족의 장기를 살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G20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고 추켜세웠다.

반면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집권기를 ‘탕진한 3년’이라고 규정했다. 한나라당이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던 비판을 의식한 듯하다. 진보신당은 “지난 3년은 경제 몰락과 평화 위협, 민주주의 후퇴 등 3재(災)가 들이닥친 기간”이라고 혹평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어느 정부나 공과가 있기 마련인데 여야 시각으로는 잘한 일과 못한 일을 함께 보지는 못하는 것 같다.

기업인 출신으로 유난히 일욕심이 많은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돌관공사 식으로 밀어붙이는 일처리 덕분에 경제회복이 빨라진 것도 사실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앞세운 시장친화 정책과 규제혁파를 추진했고 종합부동산세 등 과중한 세금을 낮췄다.

하지만 한·미 쇠고기협상과 4대강 살리기사업 등을 서둘러 추진하고 포퓰리즘에 기운 과거 정부의 정책들을 변경하거나 인적 청산 등을 시도하면서 엄청난 저항과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또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았다가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후퇴했다. 일은 일대로 하면서 취임 첫해부터 이른바 진보를 표방하는 반대 세력으로부터 줄곧 욕을 먹어 투쟁 대상으로 찍혔다.

이명박 정부는 반대 세력의 집요한 정치 공세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보수 성향 중산층의 지지에 힘입어 나름대로 정치·경제적 성과를 얻었지만 상처도 많이 입었다. 특히 광우병 괴담으로 휘몰아친 2008년 촛불 시위는 운신 폭이 위축될 정도로 큰 타격을 주었고 인터넷 등에 떠도는 허위 정보들이 내내 정부를 수세로 몰아넣었다.

게다가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직접 물리적 타격을 가했다. 북한 공격으로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이 강화된 측면도 있지만 반대 세력들은 끊임없이 의혹과 헛소문을 유포해 남남 갈등을 유발하는 기회로 이용했다. 터지고 상처받으며 지내온 기간을 회상하면 ‘영광의 3년’ ‘탕진한 3년’ ‘3재의 세월’ 등으로 상반되는 여야 평가보다는 ‘맷집으로 버틴 3년’이라는 표현이 훨씬 사실에 근접한 것 같다.

‘매에는 장사 없다’는 말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맷집이 좋다 해도 나머지 2년을 더 얻어터지면 골병이 들기 십상이다. 근거가 없는 헛소문이나 단순 비방도 인터넷이나 방송 등 매체를 통해 자꾸 떠들어 대면 사실인 양 착각을 불러온다.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의 실언이나 실수가 끼어들어 매를 더 자초하게 되면 자칫 국민의 신뢰까지 흔들릴 우려가 있다.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그 내역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넘어가 거센 후폭풍을 맞은 것이나 연평도를 방문한 여당 지도부가 불에 탄 보온병을 포탄으로 오인해 웃음거리가 된 사례는 가볍게 넘길 실수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3년을 거울 삼아 앞으로는 무모한 인파이팅에 집착하지 않고 좀더 현명하게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우직하게 펀치를 맞지 말고 상대가 날릴 펀치 각도를 미리 예상하고 피하며 다가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4대강 사업이나 내년 예산안 처리처럼 속도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예상되는 부작용과 반발을 충분히 감안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매도 덜 맞고 차기 정권 창출도 가능할 수 있다. 지난 3년처럼 맷집만 믿었다가는 골병이 들어 들것에 실려 나가는 처참한 형국이 올지도 모른다.

편집인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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