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무림고수 같은 목화머리타마린 기사의 사진

40∼350g 정도였던 초기 영장류는 몸집이 점차 커져 오늘날 대부분 12∼15㎏이다. 그런데 진화의 과정에서 다시 몸집이 작아진 원숭이들이 있는데 오늘 이야기하려는 목화머리타마린을 포함하는 남미지역에 사는 마모셋과 타마린이다. 목화머리라는 이름은 머리 위에 있는 흰색 털 다발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주로 콜롬비아 북서부의 아마존 열대우림에 살며 몸무게는 400g 남짓하는 작은 원숭이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작을수록 먹이의 양은 적지만 열량이 높은 먹이를 먹어야 한다. 목화머리타마린의 주요 먹이는 곤충이나 과일 그리고 나무의 수액이다. 우리가 고로쇠나무에 상처를 내서 수액을 받듯이 목화머리타마린도 아래턱에 있는 짧은 송곳니를 이용해서 나무의 껍질에 구멍을 낸다. 나무의 수액에는 탄수화물과 미네랄이 들어있을 뿐 아니라 원숭이들이 좋아하는 곤충을 유인하는 역할도 한다.

타마린류는 상당히 이타적인 습성을 가지고 있어서 수컷들은 다른 수컷의 어린새끼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암컷들은 여러 마리의 수컷들과 교미를 해서 자신의 새끼가 누구의 자식인지 모르게 하기 때문에 어떤 수컷들도 자신이 아버지가 될 수 있어 결국 새끼를 기르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게 된다. 또 어린 새끼가 어른 수컷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유아살해도 미연에 막게 된다. 진화의 과정에서 암컷이 새끼를 성공적으로 기르기 위해 마련한 고도의 전략인 셈이다.

목화머리타마린은 암수가 따로따로 사회적 지위를 가지며 그 지위를 정하기 위해서 해클링이라는 독특한 대결을 한다. 처음에 도전자는 먼 거리에서 리듬 있게 소리를 내면서 상대를 응시한다. 상대로부터 다른 반응이 나타날 때까지 두 마리의 이중창은 몇 분간 계속된다. 그러다가 과장된 걸음걸이로 서로에게 접근하여 맞닿을 때까지 다가온다. 마주 보고 서서 둘은 입을 벌린채 상대를 바라본다.

그러다 어느 한쪽이 포기하고 도망가면 다른 한쪽이 승자가 된다. 해클링은 결국 기싸움인 셈이다. 서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싸움이지만 노려보는 것만으로 강자를 가려내는 방식이니 무림고수의 대결만큼 진지할 수밖에 없다.

추워지면 동물원의 목화머리타마린들은 따뜻한 집으로 들어가서 겨울을 나게 된다. 이때 신경 쓰는 것이 난방뿐 아니라 자외선 등을 달아주는 일이다. 유독 마모셋과 타마린은 비타민D를 합성하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실내에서 지낼 때는 자외선 등을 켜주고 비타민D가 보강된 특수사료를 먹인다. 그래도 아마존의 뜨거운 햇살을 만들어 줄 수는 없어 미안하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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