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조롱거리가 될 교회가 아니다 기사의 사진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던가. 살다보면 길을 잘 가다가도 모진 사람 만나면 영문 모르고 봉변을 당하는 수가 있다. 최근 여의도순복음교회가 그처럼 까닭 모르고 삿대질을 당한 것 같다.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과 정의구현사제단이 드잡이를 하는 중에 생긴 구정물방울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튄 느낌이다. 속된 표현으로 크게 영양가 있는 사안은 아니어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까지 할 건 없지만, 빈총도 안 맞은 것만은 못하다는 말대로 여의도순복음교회로선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들끼리나 싸울 일이지

지난 24일자 한겨레신문은 김인국 신부와의 대담을 실었다. 김 신부는 얼마 전 4대강 사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 정진석 추기경을 향해 “추기경의 궤변”이라는 성명을 낸 정의구현사제단의 총무다. 이 대담에서 김 신부는 “한국 천주교회가 성장한 이유는 성직자들의 사회참여”라는 요지로 말한 뒤 “요즘 (천주)교회는 그걸 진정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명동성당이 순복음교회 정도 되기를 원하는지”라고 비꼬았다. 이 대담에 한 면 전체를 할애한 한겨레신문은 김 신부와 대담한 이들이 이 말에 웃다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목을 인용하여 제목을 “명동성당은 순복음교회가 되기를 원하는가”라고 대문짝만하게 뽑았다.

이에 앞서 정의구현사제단의 성명에 대해서는 천주교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큰 논란이 있었다. 정 추기경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제단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자연 파괴의 난개발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은 토목공학 등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할 일로 종교인들의 영역이 아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의구현사제단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는 주교회의 결정을 뒤엎는 궤변이라며 “이렇게 정부를 편드시는 남모르는 고충이라도 있는 것인지 여쭙고 싶다”고 물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또 정 추기경이 북한의 실상을 통탄한 것을 놓고는 골수반공주의자라고 몰아붙였다.

이러한 정의구현사제단의 태도에 대해 천주교 안팎에선 “교회 어른에 대해 순명해야 할 사제들이 추기경을 그렇게 비아냥거려도 되나” “자신의 뜻에 반하면 다 창조주의 뜻에 반하는 것인가” “종교가 세상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 아닌가” “북한 동포의 인권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정의냐”는 등 말들이 많았다.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이 같은 논란에 말을 보탤 생각은 없다. 천주교 사제들이면서도 한국 천주교회의 최고 어른인 정 추기경까지 비아냥거림의 대상으로 삼는 그들에게 타종교, 남의 교회가 성역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성직자로서 가급적 남의 종교, 특히 특정 교회에 대해 비판은 자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게 기자의 생각이지만,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비판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정식으로 격을 갖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지적했어야 했다. 자기들 싸움에 소품으로 끼워 넣어 한마디 걸치고 넘어가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 더군다나 정 추기경이 이끄는 명동성당을 비판하던 끝에 느닷없이 “순복음교회가 되려는 것인지”라고 끌고 들어가 비아냥거리는 것은 성직자의 품격에도 어울리지 않는 태도로 보인다. 또 대담자들이 이 말에 웃다가 쓰러졌다고 친절히 설명하고, 이 말을 전면에 걸치는 제목으로 뽑은 신문도 마찬가지다.

교회를 왜 소품 삼나

진보적이고, 어찌 보면 좌파적이기까지 한 신부와 신문에게는 보수적이고 우파적인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그래도 성도 70만이 넘는 세계 최대 교회다. 세계 최대 교회가 된 데는 영혼 구원 등과 관련하여 그만한 까닭이 있는 것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지나가는 말끝에, 그것도 신문 대담이라는 공개된 자리에서 조롱거리로 올려놓을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앞에서도 말했듯 크게 영양가 있는 말이 아니어서, 살다보면 별 일이 다 있다며 모른 체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다. 어쩌면 그렇게 치지도외(置之度外)하는 게 더 현명한 대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는 신부의 말을 나름대로 영향력 있는 신문이 대서특필했기 때문에 그 문제점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