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선의 동물이야기] 제똥을 먹는 토끼 기사의 사진

곧 2011년 토끼해가 시작된다. 토끼는 호랑이만큼 우리 옛이야기 속이나 민화에 많이 등장하는 동물이다. 토끼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동물원에서도 인기 동물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보면 호랑이 코끼리 기린 같은 쟁쟁한 동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물이 바로 토끼다. 위협적이지 않은 작은 몸집에 커다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모습이 어린 아이도 쉽게 다가갈 마음이 들 만큼 순하고 착해 보여서다.

토끼의 생존방식은 치열하다. 모든 포식동물의 먹이가 되니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자손을 낳아야 하고 사냥꾼의 미세한 움직임을 빨리 알아내기 위해 아주 작은 소리도 포착할 수 있는 큰 귀를 가져야 했다. 사냥꾼에 대항할 특별한 무기도 갖추지 못했으니 일단 발견되면 도망가는 것이 최선이라 잘 뛸 수 있는 튼튼한 다리를 가졌다. 특히 긴 뒷다리로 비탈길도 순식간에 달려 도망갈 수 있다. 빨리 뛰다보면 체온이 올라가는데 큰 귀에는 혈관이 아주 많아 귀를 통과하면서 피의 온도가 떨어지게 되고 자연히 체온 조절이 된다.

토끼는 초식동물이다. 하지만 과일이나 새싹같이 영양이 풍부하고 맛있는 것만을 찾아다닐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 포식자를 경계해야 하니 맛보다는 많은 양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풀을 먹는다. 문제는 풀에 있는 섬유소를 토끼의 능력만으로는 분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몸집이 큰 소는 섬유소를 분해하는 미생물이 들어 있는 커다란 위 속에서 단단한 섬유소를 소화시키고, 말은 맹장에서 이 과정을 거친다. 토끼는 대장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섬유소를 분해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먹이가 대장에서 대부분 소화되다 보니 일부 영양분은 흡수되지만 비타민 B와 같이 중요한 영양소는 똥으로 배설되고 만다.

결국 토끼는 이 영양소를 얻기 위해 자신의 똥을 다시 먹어야만 한다. 하지만 토끼가 모든 똥을 먹는 것은 아니다. 토끼는 영양분이 거의 없는 진짜 똥과 대장에서 갓 소화되어 영양이 많은 부드러운 똥을 눈다. 부드러운 똥은 토끼들이 휴식을 취할 때 굴속에서 눈다. 야행성 토끼들은 낮에 누고, 주행성 토끼들은 밤에 누는데 누자마자 토끼가 먹어 버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는 똥은 딱딱한 똥뿐이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온 ‘동물 이야기’에서 필자는 작은 초식동물부터 커다란 맹수까지 동물들이 각각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생존전략과 서로 어떻게 어울려 살아가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그들이 가진 비범한 능력과 아름다움을 담아내기에 내 글이 많이 부족했음에도 애정으로 읽어준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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