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새해 제 소망은 평화입니다 기사의 사진

국제정치학에서 군비경쟁이나 전쟁을 설명하는 데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치킨게임’이다. 익히 알다시피 치킨게임이란 1950∼60년대 미국 불량 청소년 사이에 유행했던 게임으로 마주 보고 자동차를 모는 식의 담력 싸움이다. 전쟁이라는 것도 두 나라가 상대 나라에 지지 않겠다며 마주 보고 차를 몰다가 겁을 먹은 한쪽이 핸들을 꺾으면 피할 수 있지만, 양쪽 모두 끝내 핸들을 꺾지 않으면 정면충돌함으로써 발발하고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 치킨게임의 일종이라는 설명이다.

전쟁 공포 체감한 한 해

지난해 한반도는 ‘치킨게임’의 연속이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피폭 사건으로 야기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그것들이었다. 물론 게임을 건 쪽도, 핸들을 먼저 꺾은 쪽도 북한이었다. 북한은, 자신의 소행임을 부인하는 천안함 사건은 차치하더라도, 지난해 11월 우리의 정당한 군사훈련을 생트집 잡아 연평도에 포사격을 가함으로써 민족의 운명을 볼모로 우리의 담력을 시험하는 치킨게임을 걸어왔다. 그래놓고 북한은 우리가 사격 훈련을 다시 할 경우 2차, 3차 강력한 대응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러나 우리가 연평도 근해에서 대규모 사격훈련을 재개했음에도 북한은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며 추가 도발을 포기함으로써 핸들을 꺾었다.

북한이 꼬리를 내림으로써 남북한은 가까스로 전쟁의 위기를 넘겼지만, 이는 미봉일 뿐 언제라도 ‘공포의 균형’이 깨지고 포연(砲煙)에 휩싸일 가능성을 머리에 이고 있는 실정이다. 예측이 안 되는 북한의 호전성과 결코 밀릴 수 없다는 남한의 단호함이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하던 날과 우리가 연평도 근해에서 사격 훈련을 재개하던 날, 이 땅에 60년 만에 전쟁이 다시 나는 게 아닌가 하고 긴장했던 사람은 기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기자도 북한이 무도한 도발로 걸어온 치킨게임인 이상 최대한 단호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전쟁에 대한 두려움은 어쩔 수 없었다.

이명박 정부가 새해 나라를 이끌어 가는 데 어려움이 바로 이 점에 있다. 북한의 예상되는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면서도 국민들의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시켜야 하는 것이다. 단호히 대응하자면 전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전쟁의 두려움을 해소하려면 북한의 치킨게임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북한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평도 사태에서와 같은 일촉즉발의 긴장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민들의 공포 피로가 쌓이고 평화에 대한 욕구가 커질 건 당연지사다. 특히 군대에 갈 청년이나 그 가족들은 더 그럴 것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상승과는 반대로 수도권 한나라당 의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남한 주민의 전쟁 공포 및 국론 분열을 노려 더 위험한 불장난을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한은 그렇게 해서 내년에 있을 국회의원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할지도 모른다.

대통령,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이 대통령도 이러한 현실을 꿰뚫어보고 지난 연말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국방력을 강화하고 강한 안보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북이 대화를 통해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뛸 수도 있는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이 대통령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공교롭게 북한도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대남 군사적 긴장상태에 대한 준비를 강조하는 한편으로 “북남 사이의 대화와 협력 분위기 조성”을 들고 나왔다. 북한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지만 남북 대화와 협력을 거론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또 미국과 중국 등 남북한에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들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면서 대화에 의한 한반도 긴장 완화책을 모색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북(對北) 협상력과 특히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대중(對中) 외교력이 이 대통령의 올해, 아니 재임 5년의 국정 운영 성패를 가름하는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것 같다.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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