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에게 배우는 ‘생활의 지혜’… ‘관악초청강연 시리즈’ 기사의 사진

관악초청강연 시리즈/윤석철 이순재 고은 신영복/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지식은 암기나 독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법, 동료와 협력하는 법, 조직을 통솔하는 법 등 생활에 필요한 지혜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수반되지 않으면 지혜는 열매 맺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선배들의 인생사는 ‘지혜의 교과서’가 될 수 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면서 이들이 겪은 성공과 좌절, 이들이 쏟은 열정과 노력은 그것 자체로 하나의 교훈이 된다.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이 2004년부터 실시한 ‘관악초청강연’은 선배가 후배에게 지혜를 들려주는 자리다. 김기덕 영화감독,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소설가 이문열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강단에 섰다.

초기에는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반응이 좋자 일반 대중에게도 개방됐다. 서울대는 이후 청중의 요청에 따라 ‘관악초청강연’ 홈페이지에 강연 동영상도 제공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강연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강연 내용을 책으로 펴내기로 했다.

최근 동시에 출간된 ‘관악초청강연’ 시리즈의 첫 문은 신영복(성공회대 석좌교수), 이순재(배우), 윤석철(한양대 경영대 석좌교수), 고은(시인)씨가 열었다.

명사들의 인생 경험과 지혜가 녹아있는 흥미로운 강연을 그대로 활자로 옮겨 놔 지루할 틈이 없다. ‘이순재-나는 왜 아직도 연기하는가’(2008년 9월 강연)에서 이씨는 연예인들의 휴가 문화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요즘은 CF 찍어서 돈 벌고 몰디브나 하와이 가서 놀고 앉았을 수 있는 데 그러면 그걸로 끝이죠. 요새는 그것을 재충전이라고 그러더군요. 이상한 충전 다 봤어.” 칠순을 훌쩍 넘긴 이씨(당시 74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청중이 공감하며 웃어대는 모습이 연상된다.

보통 강연은 2시간인데, 책은 서두에 강연자를 간단하게 소개하고 후반부에는 강연자의 인생을 한 눈에 보여주는 사진과 자료들을 덧붙여 강연의 이해를 도왔다.

이순재씨 편에서는 연기 철학, 주변 연예인들을 둘러싼 일화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대 후배이자 인기 탤런트 김태희에 대한 연기 평가, 동료 배우 박근형의 꼬장꼬장한 성격을 알려주는 일화 등은 기사나 TV 등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는 것들이다. 인기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다룬 황혼 로맨스가 그의 아이디어였다는 사실 등 방송 뒷얘기도 이어진다.

윤석철 석좌교수의 2009년 5월 강연을 묶은 ‘문학에서 경영을 배우다’편은 사회 진출을 앞둔 대학생이나 도전을 두려워하는 기성세대가 읽으면 자극을 받을 내용들로 가득하다.

윤 석좌교수는 꾸준한 저술활동으로 학계에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방송에는 한번도 출연한 적이 없어서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이 책은 그의 일상, 인생 역경 등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윤 교수는 강연에서 영국의 문호 테니슨 경의 시 ‘더 오크(The Oak)’를 인용해 우리 사회의 경제 경영, 인생 철학 등을 들려준다. 특히 선입견, 환상, 나태함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1970년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귀국했을 당시 정치권 등의 유혹을 뿌리치고 연구실에서 두문불출하며 공부에 정진한 경험을 들려주며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 볼 것을 주문한다. ‘머피의 법칙’과 같은 여러 물리학의 법칙에서 인생의 경험을 도출하고 교훈을 풀어 설명하는 것도 독자의 무릎을 치게 만든다.

명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신영복 석좌교수는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묶인 강연에서 목표보다는 길 그 자체로부터 가치와 보람과 동력을 끌어내는 삶의 자세를 강조한다.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고은 시인은 ‘나의 삶, 나의 시-백년이 담긴 오십 년’이란 강연에서 시와의 인연과 역사의 격랑을 헤쳐 온 시인의 삶을 들려준다.

오는 2월에는 조장희 가천의과학대학교 뇌과학연구소 소장, 신영훈 한옥문화원 원장, 안철수 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편이 나올 예정이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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