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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박병권] 평창 유치 성공하려면

[데스크시각-박병권] 평창 유치 성공하려면 기사의 사진

고구려가 신라나 가야를 보는 눈은 옛 동예나 옥저를 보는 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도의 동쪽에 치우친 미개하고 무력한 소국으로 언제든 손만 뻗으면 속국으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신라요, 가야였던 것이다. 실제로 사서에 흔하게 보이는 볼모 기사나 광개토왕의 비(碑)가 취하고 있는 고구려의 신라에 대한 자세는 바로 속국에 대한 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기에 비해 백제에 대한 태도는 크게 달랐다. 처음에는 자기들의 체제에 불만을 품고 남하한 별종 정도로 가볍게 여겼으나 백제의 세력이 예상 외로 크게 성장해 가자 차츰 경계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중년 남성들이 관심을 가지는 KBS 주말드라마 ‘근초고왕’의 모태가 된 이문열의 장편소설 ‘대륙의 한’에 나오는 설명이다. 대중적으로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작품은 상당한 고증을 거쳐 쓴 역작으로 우리 민족의 요서 경략사란 부제가 말해주듯 민족웅비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어쨌든 고구려에게 엄청 무시당했던 신라였지만 마침내 당나라와 연합해 오만한 고구려를 무너뜨리고 3국을 통일했다.

새해 벽두에 신라의 저력과 고구려의 오만한 태도를 새삼 이야기한 것은 곧 다가올 2018 동계올림픽 선정 문제를 거론하기 위해서다. 스포츠를 통한 도덕성 회복과 인류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올림픽 정신은 이미 많이 훼손되고 1984년 LA올림픽부터 상업주의가 강조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미 두 차례나 실패한 강원도 평창이 오는 7월 개최지 발표에서 또 다시 물을 먹는 장면은 생각하기에도 끔찍하다. 재수도 아니고 3수를 한 셈인데 이번에 다시 실패한다면 국민적 실망감은 엄청날 것이고 강원도민의 자존심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는 이미 2년 전 스키점프장을 완공했으며 피겨나 쇼트트랙 경기장도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열심히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강원도 출신 사회저명인사들이 민간위원회를 만들어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최근 외신에 평창이 가장 유리하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외신들이 평창의 유치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평창이 앞선 두 번의 아까운 탈락으로 얻은 인지도 및 동정론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평창은 2003년 7월에 열린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는 1차 투표에서 밴쿠버(40표)와 잘츠부르크(16표)를 압도하는 51표를 얻고서도 2차 투표에서 3표차로 밴쿠버에 무릎을 꿇었다. 2007년 7월에 열린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도 역시 1차에서 38표를 얻어 소치(34표), 잘츠부르크(25표)를 앞섰음에도 2차 투표에서 4표차로 소치에 뒤졌다. 이에 따라 이번만큼은 평창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 사이에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쟁 도시인 프랑스 안시는 주민들이 대회 개최를 별로 원하지 않아 유치위원회 간부가 사퇴하는 등 유치 의지가 불투명해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지지를 별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남은 상대는 독일의 전통도시 뮌헨인데 독일의 의지가 만만치 않아 손쉬운 승리를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앞선 두 차례처럼 1차전에서 이기고 2차전에서 역전패하는 불행을 다시 맛본다면 그런 낭패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절대로 뮌헨이나 안시를 얕보지 말고 엄중한 마음으로 유치전을 준비해야 한다. 고구려가 신라를 무시해 잡아먹힌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평창올림픽 유치에 힘을 보태라고 사면 받은 이건희 삼성 회장도 요즘 그룹 일뿐 아니라 평창을 위해 분주히 움직여 체육계 인사들이 무척 힘을 얻는다고 한다. 지금 조금 앞서간다고 방심했다가는 우리는 다시 한번 올 여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으로 평창의 꿈을 이루길 기대한다.bkpark@kmib.co.kr

박병권 체육부장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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