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조성기] ‘라스트 갓파더’의 교훈 기사의 사진

이전에 심형래 감독의 ‘디 워’를 보고는 좀 실망해 누구 말마따나 ‘불량식품을 파는 가게에는 다시 가지 않겠다’는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번에도 무엇에 홀린 듯 또 심 감독의 영화 ‘라스트 갓파더’를 보고 말았다.

‘디 워’와는 장르가 다른데 영구 코미디가 어떻게 미국식으로 변환되었을까,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고 개그 콘서트 보듯 편한 마음으로 보자, 이런 생각들을 하며 영화 상영을 기다렸다. 그 순간 문득 ‘라스트 갓파더’ 시사회에서는 웃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는 신문 기사가 떠올라 고역스런 2시간이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자 영구가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하기도 전에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마중물이 됐는지 어른들도 자연스럽게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라스트 갓파더’ 시사회에 어린이들도 초대해 같이 보도록 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영구가 사람들을 화해시켜

영화 관람을 무사히 마치려면 어린아이의 마음과 눈높이로 돌아가야겠다고 재빨리 다짐했다. 그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너희가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는 예수의 말씀도 생각났다. 나는 슬쩍 그 말씀을 바꾸어 나 자신에게 암시를 걸었다. ‘너희가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라스트 갓파더를 끝까지 보지 못하리라.’

나는 여기저기서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면 때에 맞춰 함께 웃어주었다. 웃음 클리닉과 관련된 글을 보니 억지로라도 웃으면 뇌세포는 우리가 정말 웃는 줄 알고 기분이 좋아지는 호르몬을 배출한다고 한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올 때는 철없이 아이들과 함께 웃다가 나왔다는 쑥스런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일단은 웃음 호르몬을 안겨준 영화라서 나로서는 그 영화를 폄하하고 싶지 않았다. 불량식품 운운하는 소리가 들릴 때도 불량식품이라기보다 그런대로 맛은 좀 나는 함량미달 식품이라고 변명해 주기도 했다.

영화 메시지는 함량미달인 영구가 함량과잉인 사람들을 오히려 부끄럽게 하고 서로 화해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시기가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면서 남북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그만 오해와 우발적인 사고가 어떻게 나비효과를 내어 피를 부르는 전쟁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라스트 갓파더’가 남북 관계를 교묘하게 패러디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남북 화해를 위해서 영구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발언인가. 너무 계산적이지 않고 자기에게 손해가 된다는 의식조차 없는 영구 같은 존재. 도스토예프스키는 ‘백치’의 신성(神性)을 보았다지 않는가.

동족끼리 서로 포옹하기를

남한과 북한은 금도 그어 있지 않은 바다에서 금 긋기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철새들이 마음껏 넘나들고 꽃게들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 넓은 바다에서 말이다. 인간들은 철새나 꽃게보다도 못된 존재들이다. 조금만 자기가 그어놓은 금을 넘어오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바다는 영토(육지)와는 달리 국제법상 무해통행권이라는 관습이 있다. 비록 자신의 영해라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선박들이 해를 받지 않고 통행할 수 있는 권리 말이다. 주로 상선과 여객선에 해당하는 국제법 관습이지만 군사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표명한 군함인 경우도 해당이 될 수 있다.

철새처럼, 꽃게처럼, 영구처럼 함량미달이더라도 좀 착한 마음을 가지고 동족끼리 서로 화해하고 포옹했으면 좋겠다. ‘라스트 갓파더’는 이제 더 이상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자기 세력만을 넓히려는 악독한 갓파더는 없다는 의미이다.

조성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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