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鄭 후보자 말이 맞기에 더 씁쓸해진다 기사의 사진

지난주 회사 수요 예배의 목사님 설교는 ‘간음한 여자’에 관한 것이었다. 가슴에 찔리는 게 있었다. 예수께서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셨을 때 예수를 시험하려던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양심의 가책을 받아 모두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기자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가졌던 최소한의 양심도 없이, 죄 있음에도 돌로 치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더 좋은 적임자를 고르기 위해 후보의 흠만 꼬집어내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라는 제도가 있듯, 기자라는 직업도 때론 그 악역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변명하며 다시 내 눈의 들보는 제쳐둔 채 형제의 눈에 든 티를 도마에 올린다.

월 1억원은 적정수준 이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는 대선 때 대검 차장으로서 이명박 후보가 도곡동 땅의 주인인지, BBK의 주가조작 사건에 관련됐는지 등에 관한 수사를 지휘하여 이 후보의 무혐의를 내리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또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과 대통령 민정수석으로 일해 왔다. 이처럼 대통령과 가까웠던 사람이 정치적 독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장으로 적임자냐는 시비다. 또 박사 등 학위 취득과정이 석연치 않고, 민정수석으로서 민간인 사찰과 관련이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 등도 제기된다.

논란 중에서도 핵심은 그가 대검을 떠난 직후 법무법인에 들어가 7개월 만에 7억원의 급여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그가 인수위에 들어가면서 급여가 2배로 뛰었다고 한다. 한국 법조계의 고질인 전관예우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로, 공직 사정을 총괄하고 특히 법조계의 이런 비리를 혁파해야할 감사원장직을 그가 맡는 게 적절한지 비판이 거세다.

기자는 정 후보자의 전력 등을 가지고 그가 감사원장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나 그 개인에 대한 시비에 말을 보태고 싶진 않다. 다만 그가 한 말, 결코 틀림이 없는 그 말에 민초들이 느낄 수도 있을 박탈감, 패배감 같은 걸 얘기해 보려 한다.

정 후보자는 고액 급여 논란에 대해 “정당하게 받은 급여로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도 “경력 및 전문성과 다른 로펌의 급여수준을 고려한 정당한 급여”라고 엄호했다.

맞다. 그만한 경력의 변호사라면 월 1억원의 급여는 “정당한 수준”이다. 이용훈 대법원장, 박시환 대법관 등도 잠시 판사 옷을 벗고 변호사로 활동할 때 비슷한 수준의 수임료 수입을 올렸다고 신고했다. 그에 비하면 그만한 경력에 대통령과의 관계로 정치적 영향력까지 갖췄다 할 정 후보자의 (공식적인) 월 급여 1억원은 어찌 보면 “정당한 수준 이하”였는지도 모른다.

위너들의 항변, 루저들의 푸념

판검사가 옷 벗고 변호사 개업하면 1년 안에 평생 먹을 걸 벌어야 한다는 말들을 한다. 퇴임 후 전관예우 받을 수 있을 때 한몫 챙겨야 한다는 얘기일 터이다. 현직 판검사들 사이에서 쉽게 나오는 말이 “옷 벗고 돈이나 벌까 봐”이다. 옷 벗으면 당장 생계 걱정해야 하는 평범한 월급쟁이들에게는 별천지의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정 후보자의 맞는 말이 많은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월 급여 1억원이 전문성과 능력에 비추어 정당하다는 주장이 성실하게 일하고서도 빠듯하게 생활비 대는 월급쟁이들을 인생의 루저(패배자)로 만들어 자조케 하는 것이다.

연봉 100억원이 넘는 봉급자는 정부에 들어오면 안 되느냐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급여는 전관예우에 따른 것이 아니다. 논란의 초점은 위너(승리자)들, 즉 고시라는 등용문을 통과한 법조계나 관계의 선후배가 공무를 집행함에 있어 부당거래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식의 전관예우인 것이다.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나 단순 업무를 하는 사람이나 똑같이 대우받는 무조건적인 평등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위너들로 이뤄진 이너서클의 부당내부거래가 없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전관예우는, 선후배가 부당거래를 통해 물질적으로 이득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존경하고 아끼는 것으로 족할 것이다. 그게 공정 사회 아니겠는가.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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